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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뱅이 연대기 - 술 취한 원숭이부터 서부시대 카우보이까지, 쉬지 않고 마셔온 술꾼의 문화사
마크 포사이스 지음, 임상훈 옮김 / 비아북 / 2024년 5월
평점 :
대학때 마신 술이 소주 몇짝이 될 거라고 농담 삼아 말하던 것이 졸업하고 출근을 시작하고 나서는 술 값을 모으면 집 1채는 샀을거라고 탄식 섞인 농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누가 알았을까요?
어제의 과음의 숙취를 안고 읽기 시작한 주정뱅이 연대기는 그래서일까 개인적으로 너무 생생하고 재밌있게 다가온 도서였던 것 같습니다
마크 포사이스라는 영국의 언론인인데, 도대체 이 익숙한 위트가 어디서 나왔는지 싶었더니 역시나 영국인입니다
영국인의 유머는 우리나라의 유머와 많이 닮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Sarcasm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유머도 재미지지만, 작가가 어원에 관련된 도서를 많이 펴내서 그런지 어원과 술의 역사를 버무린 내용도 너무 자연스럽고 교육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도서는 우리 인간이 갓 걷고 도구를 이용하기 시작한 시절 및 인류의 첫문명으로 여겨지는 이라크 지역의 수메르문명을 시작으로 연대기별로 의미 있는 시절의 동양과 서양의 여러 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냥 다른 술에 관한 도서에서 나오는 뻔한 스토리가 아니라 상당히 원색적이면서도 솔직하고 기괴한 이야기도 함게 다루고 있는데
그 내용이 다른 도서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아주 재밌는 스토리들이라서 그 다음장에 계속 기대가 되는 마법이 있는 도서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대 이집트 문명의 술에 관한 이야기가 상당히 재밌었는데요
물론 기원전에도 술을 빚어서 쾌락을 위해 마셨다는 것도 매우 재밌었지만, Ra 신의 명을 받아 지상으로 내려온 하토르를 기리기 위해 연 2회 진행된 만취축제에서는 음주와 난교가 난무를 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충격적으로 와닿았습니다
기원전 1300년의 네퍼호텝 무덤에는 실제로 파티에 참여한 귀족 부인이 과음을 하고 오바이트를 하고 있는 모습을 새긴 벽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사람이 사는 세상은 기원전에도 다 똑같았나봅니다
사실 지금 세상에도 전혀 쌩판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그저 마시고 취하는 것을 목적으로하는 축제는 여러 곳이 있습니다
서양 고대의 술의 역사보다는 더욱 규칙이 있고 더욱 절제된 느낌으로 이어졌다고 하네요
주나라와 상나라를 거치면서 중국 역사 내내 술로 연못을 채우면서 호화호식한 임금과 그로 인한 몰락의 스토리가 반복되는 것은 어쩌면 술은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후대 사람들에게 음주에 절도를 지킬 것을 종용하는 일종의 교육이었다는 견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공자는 상당히 많은 술을 마셔도 절대 취하지 않고 대나무처럼 곧은 자세와 정신을 유지한 주당이었다고 하니,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역사서는 찾아보기 힘들겁니다 ㅋ
세상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공자가 알고보니 술자리 에이스였다는 사실!
동양에는 공자가 있지만, 서양에는 또 다른 술자리 에이스로 거론되는 것이 소크라테스입니다
공자님와 소크라테스님을 한자리에 붙여놓고 한판 술싸움을 벌였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놀라운 것이 도서 전반적으로 저자는 기존 역사서에서 그저 인용이 되던 내용과, 지리적 내용 그리고 종교적 내용 등 여러 방면을 섞어서 일종의 인과관계를 잘 뽑아내는데, 그만큼 더욱 몰입도를 최강으로 뽑아내는 도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각 시대의 챕터마다 마치 그 시대 그 현장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상황재현을 하기도 하는데, 하나의 재현된 상황이나 디테일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는지 짐작도 해보는 귀한 시간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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