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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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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기대한 작품은 아니었다(무슨무슨 상을 수상했다라는 작품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어쩌면 읽는 시간이 아주 지루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정작 열어본 작품은 기대보다 훨씬 흡입력 있는 이야기였다. 작가는 그가 정한 메시지, 또는 세계관을 중심으로 즐겁고, 또는 슬픈 이야기를 탄탄하게 구성한 듯하다. 특히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일반적인 스포츠물에선 낯설 수 있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역사라는 시간축을 비틀어, 약간의 판타지성을 가미했다. 읽기 전 '판타지가 섞였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은 걱정이 들었는데, 다 읽은 시점에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기에 탁월한 결정이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함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


미야코오지 마라톤이란 역과 역 사이를 구간 삼아 나란히 달리는 고등부 역전 마라톤이다. 작품에 따르면 남자부는 42.195km를 7명이서 달리고, 여자부는 그 절반인 21.0975km를 5명이 달린다. 일종의 장거리 계주 경기인 셈이다.


주인공 사카토는 시가지를 달리는 계주로선 치명적인 '길치'라는 약점이 있다. 그는 이제 1학년 풋내기 러너로, 나름 머리가 굵어진 2, 3학년 베테랑을 상대로 달려야 한다. 작품은 시작도 전에 굳어버려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풋내기가, 어느새 스포츠 한복판에서 뜨거운 투쟁심을 체험하고, 또 한 번 내년을 기약하는 과정을 담았다.



8월의 고쇼 그라운드


<12월의 …>이 겨울을 배경으로 했다면,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녹을 듯한 교토 여름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주인공 구치키는 '불이 없다'라는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홀로 교토에 남아 있다. 혹독한 교토 여름 하늘 아래 혼자 녹아가는데, 친구 다몬에게 연락이 온다. 그는 구치키에게 야키니꾸를 사 먹이면서, 야구 시합에 참가해 달라고 부탁한다. 기왕 잡혀 있던 채무에 발목이 잡혀, 구치키는 새벽바람부터 운동장 '고쇼 그라운드'로 글러브를 챙겨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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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5.여름호 - 86호
박광규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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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차례에서 보다시피 이번 호에선 마이클 코넬리를 소개하는 글이 꽤 길게 실려 있습니다. 추리/미스터리 장르 입문자로서는, 이런 부분 때문에 이런 잡지를 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운 글이었습니다. 이런 글이 종종(아니, 맨날!!!) 실렸으면 좋겠습니다.


이 밖에도 맥주를 소재로 한 짧은 단편 세 편이 실렸습니다. 소재도 그렇거니와, 전개도 독특하고 읽는 맛이 좋았던 작품들이었습니다. 법무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의 경우 시리즈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박인성 평론가가 쓴 가족드라마 장르 비평이 있었습니다. 박 평론가의 장르비평은 저번 호에서도 그랬고, 이번에도 가장 기다리고 기대했던 글입니다. 저번 호에선 소년만화 장르에 관해 다뤘는데, 이번에 다룬 가족드라마 비평 역시 유익하고 즐거웠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에 관해 색다른 접근법을 알게된 것 같습니다.


즐거운 글, 도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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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의 숨은 상처
리차드 세넷.조너선 코브 지음, 김병순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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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씀.


'아메리칸 드림'은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상징한다. 이 신념은 수많은 이민자들이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현재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적 성공 이면에,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명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아직 남아 있다. 흔한 성공신화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능력과 노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 노력의 효용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계급의 숨은 상처>는 1970년대 리처드 세넷과 조너선 코브가 미국사회의 계급 구조와, 그것이 육체노동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탐구했다. 저자들은 보스턴 지역의 노동자 100여 명과 인터뷰를 통해 직업이 어떻게 계급 분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개인의 자아에 분열과 상처를 남기는지 분석했다. 이 책은 서문, 1부와 2부, 결론 및 세넷의 후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문만 6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사회학과 심리학을 넘나들기 때문에 입문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저자들이 채택한 연구방법론은 통상적인 통계나 수치적 접근 대신, 대화와 경청을 통해 노동자들의 경험을 깊이 이해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질적 연구 방법은 일반적인 통계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정서적 경험과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저자들이 발견한 핵심은 능력주의가 가져오는 심리적 결과이다. 직업에 따른 계급 분화는 단순히 외적 조건의 차이를 넘어 개인의 내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들은 단지 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경험하게 된다.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AI 시대의 도래는 노동의 성격과 계급 구조에 또 다른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을 재편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계급 분화와 그에 따른 심리적 영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계급의 숨은 상처>는 단순히 과거의 연구를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더욱 긴요한 사회적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다.


1970년대 초반 노동 계급 가족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이미 사라진 세계, 즉 수십 년 동안 일자리가 풍부했고, 노조의 영향력이 강력했으며, ‘세계화‘가 생산 현장에서 큰 의미가 없던 세상을 회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 시대 최악의 병폐들 가운데 일부가 오늘날 여전히 건재하며,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와 발맞추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는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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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5.봄호 - 85호
옴니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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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선 특이하게 중편이나 단편 외에도 초단편이 실렸습니다. 짧을 수록 쓰기 어려운 것이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훌륭한 가치를 드러낸 작품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짧은 만큼 상상력을 자극해서, 이 다음엔 이렇지 않을까, 저기서 누가 어떻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경험이 즐겁습니다. 참여형 콘텐츠는 아니지만 참여형 콘텐츠로서 기능도 나름대로 있다고 느껴졌고, 앞으로 초단편이 자주 실렸으면 생각했습니다.


박인성 평론가의 소년만화 장르 비평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비평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서 힘든 부분은 있었지만, <나루토>나 <드래곤볼>, 그리고 최근의 <진격의 거인>과 <체인소맨> 등 여러 소년만화를 바라보는 평론가의 시각이 흥미롭고, 또 많이 배웠습니다. 올해엔 소년만화를 주재로 연재를 할 듯한데, 앞으로의 연재글도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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