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기대한 작품은 아니었다(무슨무슨 상을 수상했다라는 작품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어쩌면 읽는 시간이 아주 지루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정작 열어본 작품은 기대보다 훨씬 흡입력 있는 이야기였다. 작가는 그가 정한 메시지, 또는 세계관을 중심으로 즐겁고, 또는 슬픈 이야기를 탄탄하게 구성한 듯하다. 특히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일반적인 스포츠물에선 낯설 수 있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역사라는 시간축을 비틀어, 약간의 판타지성을 가미했다. 읽기 전 '판타지가 섞였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은 걱정이 들었는데, 다 읽은 시점에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기에 탁월한 결정이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함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
미야코오지 마라톤이란 역과 역 사이를 구간 삼아 나란히 달리는 고등부 역전 마라톤이다. 작품에 따르면 남자부는 42.195km를 7명이서 달리고, 여자부는 그 절반인 21.0975km를 5명이 달린다. 일종의 장거리 계주 경기인 셈이다.
주인공 사카토는 시가지를 달리는 계주로선 치명적인 '길치'라는 약점이 있다. 그는 이제 1학년 풋내기 러너로, 나름 머리가 굵어진 2, 3학년 베테랑을 상대로 달려야 한다. 작품은 시작도 전에 굳어버려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풋내기가, 어느새 스포츠 한복판에서 뜨거운 투쟁심을 체험하고, 또 한 번 내년을 기약하는 과정을 담았다.
8월의 고쇼 그라운드
<12월의 …>이 겨울을 배경으로 했다면,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녹을 듯한 교토 여름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주인공 구치키는 '불이 없다'라는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홀로 교토에 남아 있다. 혹독한 교토 여름 하늘 아래 혼자 녹아가는데, 친구 다몬에게 연락이 온다. 그는 구치키에게 야키니꾸를 사 먹이면서, 야구 시합에 참가해 달라고 부탁한다. 기왕 잡혀 있던 채무에 발목이 잡혀, 구치키는 새벽바람부터 운동장 '고쇼 그라운드'로 글러브를 챙겨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