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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유영 ㅣ 창비청소년문학 149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서평단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에서부터 잔잔한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었습니다.
태국을 배경으로 호텔에서 일하는 열여덟 살 소년 한, 태국으로 여행을 온 소녀 윈터, 그리고 톱스타 Y까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세 사람은 각자의 마음속에 상처를 품고 있었습니다.
처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였습니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각자가 품고 있는 고민과 상처도 달랐기에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각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조금씩 그들의 사연이 드러났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쓰였던 인물은 윈터였습니다.
윈터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어머니의 기대에 맞춰 살아온 인물이었습니다. 현실에서도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루는 자녀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해왔기 때문인지, 윈터의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흔히 부모는 자녀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윈터의 어머니 유선이 보여주는 사랑은 조금 달랐습니다. 유선이 윈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 사랑에는 너무나도 많은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 조건들을 하나씩 마주하면서 '이 정도면 딸을 싫어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저 역시 언젠가 부모가 된다면 저런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를 품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대가 자녀의 의지보다 앞서기 시작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기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가 느끼기에 유선은 윈터를 통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이나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을 실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윈터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 행복의 기준조차 유선 자신이 정해놓았던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유선은 자신의 행동이 모두 딸을 위한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녀를 위한다는 이유로 내리는 선택들이 반드시 자녀에게도 행복한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건네는 기대가 때로는 누군가에게 커다란 부담이자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전혀 관계없어 보였던 세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누구나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상처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같은 상처를 겪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극적인 위로의 말보다는 인물들의 삶과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윈터의 이야기를 통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사랑, 기대와 욕심의 경계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다른 사람의 상처를 바라보는 법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