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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사춘기 상담소 - 한번 어긋나면 평생 멀어질까 두려운 요즘 엄마를 위한 관계 수업
이정아 지음 / 현대지성 / 2024년 9월
평점 :
초등학교 입학식날만 해도 아이는 참 들떠있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고 나흘째 되던 날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단순히 환경차이라고 생각했지요. 조금만 더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요.
그러나 일주일 후엔 아침마다 등교전쟁을 치렀습니다.
초등 3년이 된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납니다.
어쩌면 저는 사춘기를 맛보기 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오늘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 엄마의 관계를 다룬 책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합니다.

[이토록 다정한 사춘기 상담소]는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말과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저자인 이정아 작가는 유치원 교사와 방과 후교실 교사로 지낸 12년간의 현장 경험과 2000건이 넘는 부모 상담을 통해
아이들과 부모의 마음을 치유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담아 책으로 펴냈습니다.
저자 역시도 교육 전문가를 자처했지만 사춘기를 맞은 자녀와의 불화로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하지요.
사실 '사춘기'라는 이 특별한 시기는 누구나 거치는 성장통이기는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천차만별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하고 소원해지기도 합니다.
시중에 사춘기를 다룬 여러 서적들은 많지만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의 감정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부모가 좀 더 슬기롭고 건강하게 해쳐나갈 수 있도록 부모 마음을 먼저 다독이고 어루어 만져줍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역할은 길잡이가 아닙니다.
부모는 힘들 때 잠깐 들러 편히 쉴 수 있는 나무 그늘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넓고 큰 그늘을 가진 든든한 나무처럼 비바람 치는 시간을 묵묵히 견디고 나면
아이는 어느덧 나무를 감싸 안을 만큼 크고 멋진 존재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장 지금껏 내가 잘못 키운 걸까?> 中에서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 역시 난생처음 겪게 되는 많은 변화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누구도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에 스스로 주체할 수 없는데 엄마는 마음도 몰라주고 공부를 재촉하며
여전히 아이처럼 바라보며 자신의 사생활에 간섭하려 든다는 사실에 분노를 일으킬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 엄마의 할 일은 무엇일까요?
버릇없이 행동한다고 화를 내거나 내가 잘못 키운 게 아닌가 자책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아이가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감정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가르쳐줄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엄마의 마음 근육이 단단할수록 아이의 감정도 금방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사춘기는 결국 아이가 부모의 보살핌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삶을 책임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기가 아닐까요?

총 5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사춘기에 겪게 될 감정의 변화와 관계의 문제, 달라지는 외모와 성(性)의 인식,
가족 간의 스트레스와 막연한 꿈과 진로에 관하여 35가지의 테마로 나누어 다루고 있습니다.
또 각 장이 마무리될 때 '이토록 다정한 엄마의 말 연습' 코너가 마련되어 구체적인 대화법을 가르쳐줍니다.
부록으로 사춘기 엄마들이 많이 하는 Q&A를 통하여 사춘기 아이와 마주할 때 일어나는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으니 혹시 고민상황이 있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아이가 저학년이지만 종종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에서 사춘기가 머지않았음을 느끼곤 합니다.
책에 실린 부록의 사례를 읽으면서 어쩌면 지금 사춘기인가? 하고 불안해지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마음의 부담을 덜게 되었습니다.
물론 막상 사춘기가 오면 어찌할 바를 몰라서 허둥댈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때 또 이 책을 펼치면 될 테니 걱정은 잠시 내려놓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면 우리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조금씩 양보하며 더 많은 배려를 베풉니다.
사춘기도 비슷한 시기인 것이지요.
부러 부모에게 버릇없는 행동을 하거나, 짜증을 부리는 아이는 절대 없습니다.
이를 냉정하게 인지하고 마음이 아프고 혼란스러운 사춘기 아이를
살뜰히 보살피고 배려한다고 생각하세요.
인생에 딱 한 번 오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 때, 아이를 잘 보호해 주고
돌봐주는 것은 부모의 의무입니다.
<2장 관계가 망가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中에서

앞서 말한 아이의 등교거부는 한 달이나 이어졌습니다.
너무 힘들 때 아이가 다니던 피아노 학원 원장님이 저에게 조언을 해주셨어요.
"지금 아이가 하고 있는 것 중에서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이 있나요?"
그때 저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남들이 다하니까, 해야 한다니까,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를 공부시키고 학원을 보내고 있었으니까요.
당장 사교육을 중단하고 학교 등교만 잘해달라고 달랬습니다.
그렇게 겨우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지요.
아무것도 몰랐던 엄마는 그렇게 하나의 교훈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던 터라 아이의 사춘기는 좀 더 준비를 잘해서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춘기라는 거친 바다를 건너는 아이와 엄마를 위한 [이토록 다정한 사춘기 상담소]를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