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안부를 묻는 시간 -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켜낸 25명 마음 치유 기록
윤주은 지음 / 문예춘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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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아이는 벌컥 화를 냅니다.

'적반하장'이란 사자성어는 바로 이런 때 쓰는 거였네, 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왜 화부터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하게도 언짢은 대화가 오가고 급기야 아이는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흘립니다.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오늘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마음의 안부를 묻는 시간]은 불안의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에세이입니다.

저자의 이력이 조금 독특합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유학까지 다녀온 아동 문학 박사이지만

현재는 독서 치유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가 겪었던 망상불안에서 벗어나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까봐카드>를 통해

타인을 돕게 되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까봐카드> 굉장히 독특한 이름이죠? '까봐'의 앞에 놓이는 단어들은 이렇습니다.

안 될 까봐, 욕먹을까 봐, 비난받을까 봐, 아플까 봐, 버림받을까 봐 등등

각종 불안의 단서가 되는 단어들이죠.


내가 누구보다 망상 안에 있었기에, 누구보다 불안과 두려움의 깊은 그늘,

그 칠흑 같은 어둠을 경험했기에, 절실하게 세상 모든 사람들이

'까봐'를 알아차리기를 바랐다. 알아차려야 망상에서 나올 수 있다.

알아차림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이 단계에 가지 못하면

망상의 매트릭스에 영원히 갇혀 있게 된다. 그만큼 '알아차림'이 중요하다.

망상을 알아차리는 것이 '까봐'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내 안의 불안 알아차리기> 中에서


저자는 불안을 호소하는 내담자가 적어낸 97가지의 불안요소들이 97장의 <까봐카드>가 되었고

쉽게 자신의 증상을 드러내지 못하던 다른 내담자들에게 요긴하게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할)까봐' 우리는 모두 이런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불안은 망상을 불러오고 망상은 한 편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며 우리는 그 망상에 사로잡힌 채

일상이 마비될 만큼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마음은 아득한 절망의 벼랑 끝에 서있는 셈이죠.

그런데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모르는 이 막연한 마음을 <까봐카드>를 통해 알아차리게 되면

그 순간부터 그 불안은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그야말로 불안한 마음을 까보면 실은 뇌내망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그냥 불안을 까버리면 되는 겁니다.

참으로 절묘한 명칭이 아닐 수가 없네요.



앞서 말한 아이와의 충돌이 있은 후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화를 낸 이유를 알아버렸기 때문이죠.

아이는 '엄마가 화낼까 봐' 자신이 먼저 화를 내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화를 내지 않았지만 아이의 불안한 마음이 망상으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그동안에도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몇 번이나 야단을 쳤는지 모릅니다.

그 불안한 마음을 '아, 엄마가 화낼까 봐 불안해서 그러는구나'하고 제가 알아차렸더라면

아이를 나무라지 않고 그 상황을 잘 보듬어줄 수 있었을 거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는 좀 더 잘 알아줘야겠네요.


2~3장에서 다루는 망상불안 사례들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편들을 읽으면서

저의 마음속에도 도사리고 있는 '까봐'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여러 개의 '까봐'가 있지만 그중에서 '비웃음 받을까 봐'가 가장 큰 불안인 것 같습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울까 봐 뭔가 시작할 땐 고민을 되게 많이 했거든요.

이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뭔가 조금 '그게 뭐가 부끄러워?'라는 마음과 동시에

남들은 생각보다 저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도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저자는 불안한 마음에 자신을 몰아붙이는 이들에게 이런 당부를 남겼습니다.


실수해도 괜찮아요. 부족해도 괜찮아요. 틀려도 괜찮아요.


혹시 막연한 불안으로 머뭇거리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머릿속에 피어오르는 망상에 사로잡혀 주저하는 경우는요?

그럴 때 마음의 안부를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요?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마음 치유의 기록을 담은 [마음의 안부를 묻는 시간]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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