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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의 바다를 건너며
김태식 지음 / 대신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언젠가 유튜브에서 어느 국가에서 제작한 공익광고를 인상 깊게 본 기억입니다.
즐거워 보이는 모습, 밝게 웃는 사람들의 얼굴이 찍힌 사진이 차례로 지나간 뒤 떠오르는 문장.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들의 생전 마지막 모습입니다'
그렇습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우울증 환자들의 평소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어요.
그토록 환한 모습을 한 그들의 마지막 선택에 무척 안타까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광고는 혼자 애쓰지 말고 꼭 의료 도움을 받으라는 문장으로 끝맺었습니다.
오늘은 힘겹게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분들에게 건네는 작은 격려의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우울해의 바다를 건너며]의 저자 김태식 작가는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잃지 않게 글을 썼고 그 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우울증에 대해 알고 싶은 분,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분 모두가 읽을 수 있습니다.
우울증을 그저 '마음의 감기'로만 알고 있는 저는 이 책을 통해 우울증이란 단어가 주는 불편함에서
벗어나 병원으로 내원하기 편하도록 붙인 별도의 명칭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자는 우울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나에 대한 무관심, 학대 그리고 혐오'라고요.
우울증은 치료를 해도 언제든 재발할 확률이 20~30%에 달한다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울증의 바다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흔하디 흔한 '행복하라'는 말조차도 우울증 환자에겐 잔인한 말처럼 느껴진다.
말하자면 우울증 환자는 일종의 심리적 거식증에 시달리는 사람과 비슷하다.
거식증 환자에게 뭔가를 먹으라고 계속 말하면 더 거식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처럼,
우울증 환자에게 '행복하라'는 말은 거식증 환자에게 주어지는 케이크 같은 것이다.
<부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힘> 中에서

애당초 우울증 환자는 증상과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우울증에 맞설만한 힘이 없으니까요.
그런 그에게 '힘내라'는 말은 오히려 더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그가 살아낸 하루하루를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참 많았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는 "이것이 정말 사실일까?"라고 물어볼 것,
나는 누군가의 실수를 빨아들이는 '죄책감 스펀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것,
내가 나에 대해 생각보다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다는 것,
과도한 욕심을 부려 스스로를 불행으로 몰아넣지 말 것.
어쩌면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우울의 바다에 발을 적시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나는 나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말이다.
'나는 나에 대해 잘 모른다'라고 무지를 인정했을 때,
'내가 나에게 대처하는 올바른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나의 역사를 기억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서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마음속에서 떨어지고 있는 낙엽> 中에서

한때 저도 오랜 세월 이어오던 직장생활을 종료한 후 무기력한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퇴직증후군(?)인가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팬데믹 기간이라 누군가를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상황도 아니었고 변화를 위한 여행을 떠나기에도 어려웠던 시절이어서
더 힘든 무기력증에 빠져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이겨내고 보니 더 단단해진 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기력에서 가장 쉽게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산책과 간단한 샤워 덕분이었어요.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좋았습니다.
마음에 먹구름이 낄 때는 자연 속 햇살을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우울의 바다를 넘어 희망을 찾아가는 [우울해의 바다를 건너며]를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