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정치를 꿈꿉니다 - 초보 보좌진의 국회 일기
한주원 지음 / 폭스코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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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으로 치닫는,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진, 불투명한, 현안에는 뒷전인, 쓸데없는 공방전'

이런 단어들을 들으면 어디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콕 집어 말하기는 그렇지만 한 곳이 떠오릅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늘 뉴스에서 만나는 곳이기도 하지요.

오늘은 화면에서는 자주 만나지만 정작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던 곳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다정한 정치를 꿈꿉니다]는 정치 일번지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담아낸 책입니다.

저자인 한주원 작가는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근무한 3년간의 경험을 글로 풀어냈습니다.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국회의사당을 보며 과연 저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궁금했습니다.

물론 정치인들은 있을 테지요.

정치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대부분 권력을 휘두르는 국회의원 외에 다른 인물들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정한 정치를 꿈꿉니다]에서는 국회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

국회의원이 아닌 의원 보좌진과 행정공무원, 용역 근로자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아~ 여기에도 사람이 있구나, 사진만 보면 늘 건물만 덩그러니 서있었는데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3대 기관 중 하나를 움직이고 있구나~' 떠올렸습니다.


앙숙과 같은 여야당을 한 건물 안에 몰아넣고 서로 으르렁 거리며 싸우지는 않는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서로의 고충과 고됨을 알아주고 배려해 주는가 하면

한끝의 오차도 용납지 않을 것 같은 살얼음판 같은 곳인 줄로만 알았는데

초보 보좌진의 실수도 그저 안줏거리 삼으며 보듬어주기도 하고

살풍경하기만 국회의사당 주변의 윤중로를 따라 걷는 봄벚꽃길이 있다는 사실을 읽으며

그곳에서도 사람냄새가 물씬한 곳이라는 걸 느낍니다.


국회에서 가장 놀랐던 건 명확한 선도, 악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엔 선악의 구분이 명확했다.

지지하는 정당은 선이고, 반대하는 정당은 악이었다.

하지만 점점 그런 건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세상을 보는 깊이가 더해졌지만 잃은 것도 있다.

정치를 향한 목적 자체가 용해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어떤 길을 가야 하나 회의마저 든다.

<개와 늑대의 시간> 中에서


퍼주기 식의 마구잡이 법안 상정도 자꾸만 다음 회기로 미루어지는 법안 의결도

쓸모없는 힘겨루기처럼 보이는 첨예한 대립도 실은 입법의 절차상 쉬운 일이 아님을

저자는 이해 가능하도록 설명해 줍니다.

어쩌면 더 나은 법안을 위해, 제정된 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고충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자극적인 매스컴들에 의해 실제보다 부풀기도 하고 축소되거나 가려진 진실들을 살짝 엿본 기분입니다.

정치를 잘 모르니까 가짜뉴스와 편파보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주고

또 편한 마음으로 정치를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봅니다.

그러나 가볍게 읽힌다고 해서 결코 가벼운 내용은 아니라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정치는 결국 나라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올바른 정치 제도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제대로 한 표를 행사하고 관심을 가지는 주권자로서의

의무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군요.

태어나서 한 번도 국회의사당엘 가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한번 가보고 싶어 지네요.

일단 국회의사당과 친해지면 정치에도 좀 더 다정한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MZ세대 초보 보좌진의 희로애락이 담긴 국회 일기 [다정한 정치를 꿈꿉니다]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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