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늘 웅진 모두의 그림책 54
조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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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좋아하게 된 지 8년쯤 된 것 같습니다.

그전엔 그림책은 그저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는 편견이 강했어요.

어릴 적에 본 그림책은 삽화가 들어있는 동화책에 가까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출산 후 아이를 위해 읽기 시작한 그림책이 어느새 제가 좋아하는 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종종 좋아하는 그림책은 공유하고 싶기도 해요.

오늘은 그림 속에 모든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그림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나의 그늘]은 전작 [나의 구석] 후속작입니다.

저는 아직 [나의 구석]을 읽어보지 못했어요.

일단 [나의 그늘]을 읽어보니 순서는 크게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두컴컴한 방한구석에 빛이 드는 모습을 표현한 [나의 구석]과 달리

[나의 그늘]은 초록의 싱그러움을 뿜뿜 뿜어내고 있어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그림책을 읽기 시작하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저는 약간 언짢았습니다.

속표지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림이 모두 제본되어 있는 책의 한가운데로 몰려 있더군요.

'아니, 왜 이렇게 보기 힘들게 만들어 놨지? 그림이 큰 것도 아니고, 보기 어렵잖아'



책을 힘껏 펼쳐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난감했어요.

하지만 다시 작가의 마음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왜 작가는 이런 작은 그림을 책 한가운데 가도록 배치했을까?'

그러다 전작 [나의 구석] 제목이 떠오르면서 이내 '아!'하고 깨닫습니다.

책의 한가운데가 구석이 된 것입니다.

책을 펼쳐보지 않고 90도 각도로 접어서 보면 정말 방의 네 귀퉁이 어느 한 구석처럼 보이게 됩니다.

우리가 방 한가운데가 아닌 구석을 보려면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이는 것처럼

작가는 모서리 한 귀퉁이를 책 제본이 된 한가운데로 배치하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강조한 셈이라고 저는 유추해 보게 된 것이죠.



그림책은 방 안 한구석과 방 밖 모퉁이를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주인공인 까마귀는 방 안에서 키우던 식물이 크게 자라나자 밖으로 내어 창 옆에 심어주는 것이죠.

식물이 점점 자라나자 지나가는 동물들이 하나둘 그 그늘 아래에서 쉬어갑니다.

그런데 비가 많이 내리던 날 물살에 휩쓸리고만 식물은 죽어가게 됩니다.

까마귀는 자신의 힘으로 도울 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지만 다른 동물들의 보살핌으로

식물은 다시 생기를 되찾게 됩니다.



무럭무럭 자라나던 식물은 너무 커지고 말았어요.

결국 집 모퉁이로 뿌리가 파고들어 이내 까마귀가 사는 집에 금이 가고 맙니다.

과연 까마귀는 식물과 집을 다 지킬 수가 있을까요?



자라나는 식물을 보며 저는 그 식물이 마음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한 구석에 소중히 보살펴온 마음이 점점 단단해지고 커져서

밖으로 드러내보였는데 뜻밖의 시련을 맞아 크게 상처를 입게 되었을 때

역시 그렇구나, 하고 포기하려던 찰나 그 마음을 보듬어주는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인해

다시 더 단단하게 커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요.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마지막 그림을 보는 순간 저는 아무리 구석을 표현하기 위해서라지만

그림을 제대로 보기 어렵게 가운데 배치시킨 까닭은 다시 해석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작은 한 귀퉁이,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자리라도 결국 나에게는 중심이 되는 것이라고요.

아무리 보잘것없는 삶이라도 그 삶은 저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라고요.

제가 제 인생의 한가운데에서 보이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요.



제가 그림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같은 그림책이라도 볼 때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읽었는데 서로 다른 감상을 내놓는다는 점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림에서 읽어내는 속뜻과 글이 던져주는 의미가 다를 때도 같을 때도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고요.

저는 [나의 그늘]을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며 읽었어요.

다른 분은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합니다.

작은 모퉁이에서 살아가는 까마귀의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나의 그늘]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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