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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지나가게 하라 -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인생의 지혜
박영규 지음 / 청림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와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저의 일상은 매일 변함이 없는데 그런 저를 제외한 세상은 바삐 움직이며 변하고 있지요.
한때는 그 변화에 동참하려고 욕심을 부리느라 쉴 틈이 없어 힘든 날도 있었지만
이제는 저의 속도에 맞춰 꾸준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삶의 중심을 잡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그저 지나가게 하라]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주는 이 책은
노자의 <도덕경>을 중심으로 엮어나가는 인문서입니다.
저자인 박영규 작가는 노자와 장자, 주역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문학자입니다.
그는 다양한 인문저서를 출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고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저 지나가게 하라] 또한 노자의 <도덕경>에서 건져 올린 여덟 가지 열쇠 말,
담淡, 단單, 사捨, 리離, 겸謙, 검儉, 서徐, 단斷으로 사람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은 우리가 흔히 아는 <도덕道德>을 설파한 노자의 가르침이 실린 책이죠.
현재는 '도덕'이라는 과목이 교육과정에 있지만 저의 중고교시절에는 '국민윤리'라는 과목으로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교과목 도덕과 노자의 도덕은 서로 다른 분야라 볼 수 있습니다.
<도덕경>은 자연의 원리, 우주의 원리, 그리고 인생의 원리를 나타낸 것으로 '도'를 따르고 그리로 향하면
인생은 조화롭고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노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또한 인생이지 않을까요?
매 순간 마음을 다스리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더라도 그런 저의 마음과는 다르게
외부에서 밀려오는 영향력(사람에 의해서건, 환경에 의해서건)을 무시하며 살아가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저자는 그래서 더욱 노자의 <도덕경>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한 삶이란,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인간관계를 최소한으로 간소하게 유지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삶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장애물 사이의 간격은 절로 넓어질 것이며,
인생도 훨씬 덜 고단해질 것이다.
<그저 지나가게 하라> 中에서
물론 <도덕경>을 중심으로 썼지만 어려운 해석이나 고리타분한 설명을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저자가 살면서 겪은 사연들을 중심으로 <도덕경>의 문구들을 풀이하기도 하고
또 고전문학과 인문학을 연결하여 설명하기도 합니다.
특히 성경 구절을 인용한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어쩌면 세상의 모든 종교는 궁극적으로 하나의 사상에서 퍼져나간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책은 여덟 가지 열쇠 말을 중심으로 짜여있습니다.
만약 현재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이 무엇에 지배당하고 있는지, 흔들리고 있는지 헤아려보고
고민의 답이 될 단어를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저는 요즘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이 불쑥 올라서와 '천천히'를 뜻하는 서徐를 읽어보았습니다.
사람에 따라 행동이 조금 느리거나 빠를 수 있는데
조금 느리다고 차별적 시선을 보내는 건 온당치 않다.
사람의 생각도 그렇다.
생각의 속도가 빠른 사람도 있고 느린 사람도 있다.
하지만 생각이 빠른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생각을 천천히 갈무리하는 것이 창조적인 삶을 사는 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잘 세운 것은 뽑을 수 없고 잘 안은 것은 빼앗을 수 없다.
善建者不拔 선건자불발 善抱者不脫 선포자불탈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 中에서
<도덕경>에서 말하는 삶의 열 가지 원칙 중에서 가장 먼저 말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테지요.
아마도 마음이 혼란하고 흔들리는 것은 주인이 아닌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노자는 도道를 통하여 길을 가르쳐주고자 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통해서나마 조금 더 가벼운 삶이 되기를 저자는 바랄지도 모르고요.
조금 가벼워지고 싶고 약간 단순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인생의 지혜를 담은 [그저 지나가게 하라]를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