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죽음 Q&A -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삶으로 이끄는 200가지 질문
홍지혜 지음 / 현대지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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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먼저 죽으면 안 돼!"

가끔 남편에게 던지는 말입니다. 남편은 쓸데없는 소리 한다며 일침을 던지고요.

저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왜 먼저 죽고 싶은 걸까? 홀로 남겨지는 게 무서워서? 내가 떠난 후 나 귀한 줄 알라고?

 남편이 먼저 죽으면 내가 다 정리하는 게 귀찮아서? 빨리 홀가분해지고 싶어서?'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위의 나열된 이유를 곱씹어 읽어보니 다 제 위주의 이기적인 생각이네요.

오늘은 저런 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오늘의 죽음 Q&A]는 질문하는 책입니다.

죽음에 관한 질문이 무려 200가지나 됩니다.

저자 홍지혜 작가는 '살아 있음'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며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이자

질문하는 책을 쓰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책은 질문으로 시작하며 저자의 답이 담겨있지만 이 책은 독자가 만들어가는 책과 같습니다.

책이 던지는 질문에 하나씩 대답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니까요.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이미 죽음에 관한 수많은 책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도 당신의 죽음을 묻지는 않는다.

내가 이 책을 꼭 쓰고 싶었던 이유다.

죽음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이 아닌,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고도 죽음이 두려워서

계속 외면한 채 살아가는 나 같은 보통의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

<오늘의 죽음 Q&A> 中에서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자라며 늙어가고 죽습니다.

우리는 탄생의 시기는 예측할 수 있지만 죽음의 때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연세 드신 분들이 가끔 '태어나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라고 하시죠.

아침 뉴스에서 종종 제가 간밤에 편히 잠들었다가 눈뜬 사이 지구 어딘가에서는

두 번 다시 아침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그럴 때면 죽음은 그림자처럼 제 발치에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합니다.

찰나의 순간에 죽음이 비껴가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남은 일상들을 하루하루 의미 있는 일들을 하며 살아가지요.



총 10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곧장 질문을 받게 되고

답을 찾기 위해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저는 4장의 질문 중 '당신의 묘비에 어떤 말을 새기고 싶은가?'에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멋들어진 묘비명을 써야 할 텐데, 싶다가도 유명인도 아닌데 내 묘비명이 뭔들, 하는 마음도 들고

그러다 문득 저는 수목장樹木葬을 예정하고 있기에 묘비는 필요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굳이 쓴다면 수목장에 걸릴 작은 표지에 '즐거운 소풍이었다'라고 적어보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당신은 어떤 말을 새기고 싶은가요?



또 7장의 질문 중 '당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누구에게 전달하겠는가?' 하는 물음에는

'내가 갑자기 죽으면 내 블로그랑 단톡방들은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생겼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은 누구든 반납해야 할 텐데, 비자금 통장들은 어떡해?'란 염려도 생겼지요.

'나'라는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세상 여기저기에 정말 많은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저조차 모르는 흔적들까지 포함하면 엄청나겠죠.

책의 마지막장에는 우리 이웃들의 묘비명과 유언장 작성 가이드가 실려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찬찬히 나의 묘비명을 궁리하고 책을 덮은 후엔 유언장을 쓰며 지금의 삶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삶 앞에 귀결되는 질문은 이것인 것 같습니다.

"후회 없이 살고 있습니까?"

죽기 전에 후회 없이 살았는지 묻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당신은 후회 없이 살고 있는가,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저는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네요.

다만 곧장 '네, 후회 없이 살고 있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오늘의 죽음 Q&A]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에 대해 살아 있음에 대해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살아간다면 당신의 죽음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잘 생각해보라고 말해줍니다.

삶의 찬란함 끝에는 항상 죽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을 담은 '메멘토 모리 Memonto Mori!'

그와 관련해 나바호 인디언은 이런 말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아라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삶으로 이끄는 [오늘의 죽음 Q&A]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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