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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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사자는 자신이 살던 좁은 실내 우리에서 벗어나 커다란 야외 동물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사자는 온몸의 뼈가 드러날 정도로 굶주려 '갈비 사자'라고 불렸습니다. 

드넓은 초원을 누벼야 할 사자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어둡고 좁은 실내에 갇혀야만 했을까요? 

인간들은 무엇 때문에 수많은 동물들을 가둬두려는 걸까요? 

보호와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감금과 과시를 하려던 것은 아닐까요? 

오늘은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그린 책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나와 퓨마의 나날들]의 저자 로라 콜먼은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입니다. 

그는 영국에서 영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방황하는 삶을 살던 끝에 떠난 

볼리비아 여행 중 충동적으로 동물 복지 자선단체 자원봉사자로 지원하게 됩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의 정글 속에서 생활을 시작하며 

딱 한 달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담당하게 된 퓨마 와이라. 

로라는 2007년 와이라와 만난 그날의 이야기를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바람'이라는 뜻이에요." 

제인은 케이지 밖으로 팔을 빼고 일어서더니 환하게 웃는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제인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다. 

"와이라의 이름요. 케추아어예요." 

<"안녕, 와이라"> 中에서 


신기하네요.

새로운 환경에서 살게된 '갈비 사자' 역시 '바람'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인간이 동물에게 붙인 수많은 명칭들. 퓨마 역시 여든 가지가 넘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퓨마는 알까요? 자신이 퓨마, 쿠거, 마운틴 라이언, 고스트 캣이라고 불리는지..... 

무슨 이름으로 불리던 그들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와이라는 어미를 잃고 사람들 속에 키워졌지만 퓨마입니다. 

그런 와이라를 돌보면서 로라 역시 방황하던 삶의 끝에서 자신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환경운동가의 길을 걸어가게 되지요. 



이 책은 마치 인간의 오만한 무지에 대해 일깨워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수많은 산림파괴와 환경오염.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더 이상 멈출 수도 멈춰지지도 않는 지구의 기후환경 변화. 

그로 인해 고통 많은 수많은 동식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어느 한 구석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교감하며 공존을 모색합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듯 서로를 보듬으며 기대어 살아가던 저자와 와이라에게도 

홀로서기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나 떠날 거야." 

콧등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진흙 바닥에 작은 웅덩이로 고인다. 

"가야 해." 떠날 거야. 

와이라와 함께 흙바닥에 눕는 것을 사랑한다. 

살면서 사랑했던 그 어떤 것보다 더욱. 

와이라는 나의 세상을 바꾸고, 창문을 열어 그사이로 날 끌어당겼다. 

나는 결코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세상에 맞서기를 택하다> 中에서 


껍질 속에 자신을 가두었던 시간을 벗어나 조금씩 눈을 떠 깨어나던 경험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기까지 길 위에서 방황하던 나날들. 

저자가 와이라와 보낸 날들은 아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일 테지요. 

그렇기에 기록으로 남겨야 했을 겁니다. 

만약 우리가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동식물들과 실제로 조우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커다란 퓨마가 고양이가 되고 사나운 곰이 테디 베어가 된다면 어떨까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상상해보면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와이라는 로라에게 커다란 고양이와 같았으니까요.

아름다운 퓨마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을 담은 [나와 퓨마의 나날들]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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