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스러운 사이 - 제주 환상숲 숲지기 딸이 들려주는 숲과 사람 이야기
이지영 지음 / 가디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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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떠난 가족 여행지는 제주도였습니다.

주변에서 많이들 다녀오길래 한번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 후로도 2번 정도 더 제주 땅을 밟은 다녀온 기억이 납니다.

3번의 제주 여행 중 <제주 환상숲곶자왈>을 2번이나 방문했지요.

무더운 여름 한점 바람으로 시원하게 만들어 주던 추억이 스며있던 곶자왈.

오늘은 곶자왈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숲스러운 사이]의 저자 숲이지영 작가는 환상숲곶자왈공원에서 12년째 숲 해설가로 활동 중입니다.

그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조성했던 숲이 이제는 자신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책을 엽니다.

저도 이분의 숲 해설을 한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숲에 대해 풀어나가는 해설 속에 이야기를 접목시켜 신비로운 느낌이 잔뜩 들었더랬죠.

이 책은 숲 이야기에 사람 이야기, 사는 이야기, 숲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등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들었던 숲 해설 중 기억에 남는 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갈등'에 대한 어원이죠.

한자로 葛藤이라고 쓰고 뜻은 '칡과 등나무'라는 의미가 됩니다.

시계 방향으로 감기는 등나무와 반시계 방향으로 타고 오르는 칡이 한자리에서 자라다 보면

서로 부딪히고 엇갈릴 수밖에 없는데 그런 복잡하게 뒤얽힌 상태를 갈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무끼리 서로 부딪치며 싸우는 동안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은 오히려 큰 숲을 이룰 수 있게도 해주는 거라고 하네요.

인간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빚는 갈등이 오히려 큰 자극제가 되어 극적인 끝을 맺을 수도 있고

혹은 안 좋은 결과일지라도 뭔가 배움의 계기가 될 수도 있죠.



숲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을 '촌스럽게' 키우고 싶다고 말합니다.

세련됨보다 투박하고 순수하게, 숲 전체를 내다보는 것도 좋지만 나무 하나하나를

기억에 새기는 마음으로 예쁜 생각을 갖고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종종 시골집으로 데려가 들꽃을 따고 도토리를 줍고

다슬기를 잡아다가 놓아주는 아이를 볼 때면 시골이 주는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과 뛰어놀며 자연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느리게 시작해도 삶은 살아봐야 아는 거라고.

어떠한 환경에서든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이

위로가 되어주고 좋은 추억이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잘난 사람을 만드는 법은 모른다.

그런데 좋은 사람을 만드는 법은 조금 알 것 같다.

<촌스럽게 자랐으면 좋겠어.> 中에서



제목을 다시 한번 들여다봅니다.

[숲스러운 사이] 처음엔 ]이게 무슨 뜻일까? 제목스러운 제목이네'라고 생각했지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가 다시 첫 부분을 훑어봤습니다.


일만 번쯤 같은 숲을 걸었는데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처음 보는 식물을 찾는 일이 다반사다.

알았던 식물의 이름도 지난 계절 동안 잊지 않았다면 다행일 지경이다.

<내 머릿속 인물 사진첩> 中에서


저자에게 숲스러운 사이란 수많은 사람이 숲을 인연으로 스쳐 지나가는 동안

먼 숲을 바라보듯 흐릿해진 느낌이지만 또 자세히 보면 새롭고 반가운 인연이 되는 사이.

같이 숲을 걷고 이야기를 나눈 사이.

해설사는 기억에 남지 않을지라도 함께 숲을 바라보던 기억은 남는 사이.

그것이 바로 숲스러운 사이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제주의 숲과 나무와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제주의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에 제주로 갈 때는 책을 한 번 더 읽고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냥 숲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덩굴이 마구 엉클어져 수풀처럼 이뤄진

환상숲곶자왈을 보고 와야겠습니다.

제주 환상숲 숲지기 딸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 [숲스러운 사이]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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