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부 아래 파묻혀 있습니다.

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치킨을 먹을 때면 오래전 TV에서 방영하는 외국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연인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닭요리를 먹다가 여성이 닭고기의 목과 가슴 사이에 있는

V자 모양의 뼈를 발견하고는 상대에게 내보이며 말합니다.

"이 뼈를 서로의 새끼손가락에 걸고 잡아당겨 한번에 부러뜨리면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거에요!"

그런 전설이 담긴 뼈라며 남자에게 새끼손가락에 걸게 하고 서로 당기는 장면이었어요.

그게 어떤 영화인지 무슨 줄거리였는지 다른 내용은 하나도 생각 안나는데 이 장면만은 유독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그 뼈를 발견하면 늘 영화 장면이 떠올라요.

오늘은 뼈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숨겨진 뼈, 드러난 뼈]는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신체 조직이지만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몸 속에 숨겨진 뼈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주는 책입니다.

얼핏 제목만 보고는 어떤 참혹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뼈에 대한 이야기인가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단어 그대로 뼈를 이루는 생물학적 구성과 해부학적 요소, 뼈에서 드러나는 역사적,

예술적 의미를 탐구하는 책이자 뼈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인 로이 밀스는 정형외과 의사이자 임상교수로 재직 중이며 틈틈이 전세계 49개국을 돌아다니며

뼈에 대해 연구했다고 하니 어찌 보면 뼈덕후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척추를 가진 생물이라면 모두 뼈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죠.

책은 인간의 뼈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뼈까지 등장하며 뼈에 대한 일반적인 궁금증부터

의학적인 질문까지 모두 포함하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닭이나 오리 고기에서 발견되는 V자형의 뼈는 위시본wishbone이라고 불리는데

실제로 단어를 찾아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등장하는 뼈마다 영어 단어가 덧붙여 있어서 한국식 의학 용어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듯합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던져봅니다.

"인간의 뼈는 모두 몇 개일까요?"

내 몸속에 존재하는 그것들의 정확한 위치와 크기는 당신의 것과 다르다.

그러므로 '뼈의 개수가 정확히 몇 개냐'라는 문제를 풀려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의문 사항(이른바 5하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누구? 무엇? 언제? 어디서? 왜?

<1장 뼈의 독특한 조성과 다양한 구조> 中에서

206개라고 대답하신 분,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책의 전반부가 몸 속에 숨겨진 뼈에 대한 과학적 지식부터 의학적 발전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후반부는 역사 속에서 드러난 뼈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땅 속에서 발굴되는 화석부터 고대의 장례 풍습, 뼈를 이용한 예술품 및 장식품의 역사,

그리고 음식과 도구에 사용된 뼈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쉽게 볼 수 없는 뼈가 다양한 곳에서 여러 형태와 모습으로 드러나 있었군요.

뼈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재치있는 문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덕분에 뼈에 대한 몰랐던 의학적, 역사적 사실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숨겨진 뼈, 드러난 뼈]를 읽으려면 일단 강심장이어야 합니다.

책 곳곳에 생생한 뼈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으니까요.

뢴트겐선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뼈가 다쳤을 때 어떻게 치료했을지 궁금했는데

뼈에게는 스스로 치유하고 재건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인간의 몸에서 흉터 없이 치유될 수 있는 조직은 뼈와 각막 뿐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네요.

보이지 않는 내 몸 속의 뼈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칼슘과 콜라겐을 자주 섭취해야겠습니다.

당장 오늘 저녁 단백질 보충을 위해 치킨이라도 먹으면서 기왕이면 닭뼈로 아는 척 좀 해야겠군요.

우리 몸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뼈에 관한 모든 것, [숨겨진 뼈, 드러난 뼈]를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