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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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인해 거리 두기와 마스크 쓰기로 사람들 사이의 교류가 멈춰졌을 때

사람들은 뜻밖의 장소에서 서로를 만나고 함께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냈습니다.

바로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소통이었죠.

집에서 만드는 달고나 커피처럼 혹은 댄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밈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온라인 문화를 통해 사람들은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허전함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런 연대와 공유는 꼭 인간들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를 읽으며 저는 동물들의 습성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책에 따르면 동물들도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의례'를 치르며 공동체 의식을 기른다는 것이죠.

우리는 공동 주택에 거주하면서 말 한마디 나눠보지 않은 사이라 하더라도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면 가볍게 목례를 나누게 됩니다.

코끼리의 경우 고개만 돌리면 눈이 마주치는 거리에 있으면서도 서로 마주 보게 되면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는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고 합니다.

마치 매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듯 서로를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한다는 것이죠.

꼭 코끼리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함께 지내는 반려견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와 혹은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꼬리가 빠지도록 흔들어 반려인을 반기며

매일 그런 만남의 순간을 있는 힘껏 기뻐하는 강아지의 행동으로 말이죠.



이 책의 저자인 케이틀린 오코넬은 30년 이상 코끼리를 연구한 세계적인 코끼리 연구자입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함께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코끼리를 연구하며 얻은 성과를

책으로 혹은 논문으로 발표하며 그들이 찍은 코끼리 사진은 미디어에 소개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인간의 삶에서 의례가 얼마나 중요하고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간절한 바람 끝에 탄생하였습니다.

코끼리에서부터 침팬지, 늑대, 사자, 고래, 곤충 등 갖가지 동물들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으며

인간에게 꼭 필요한 10가지 의례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침팬지의 돌 던지기처럼 평범한 행동에 의미가 깃들면 의례가 된다.

각각의 행동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는 않지만, 전체가 되면 의미를 얻는다.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中에서


등산을 하다 가끔 산길에 쌓여있는 돌무더기를 보면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작은 자갈 하나라도

얹고 가야 할 것 같은 마음, 연못 속에 던져진 동전을 보면 나도 하나 던져보고 싶은 마음.

하지만 꼭 그럴 때 길가에 흔한 돌멩이 하나, 주머니에 동전 한닢이 없어 애가 탈 때도 있죠.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돌멩이에 의미가 깃들고 평소 사용치도 않던 동전에 의미를 담는

인간의 행동처럼 동물들이 보이는 행동에도 그들만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간밤에 편히 주무셨느냐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인사 의례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듯

놀이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사냥 기술을 배우는 놀이 의례, 유대감을 형성하고 관계를 이어주는

구애 의례 등 인간 사회와는 비슷하면서도 생소하고 흥미로운 동물들의 의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저 죽으면 무심히 곁을 떠날 것처럼 보이던 야생의 동물들이 인간보다 더 큰 슬픔으로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에서 상실의 슬픔 또한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애도 의례를 행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평소처럼 생활한다면 마음을 치유할 기회를 잃고 만다.

이와 달리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결혼, 출산, 기념일 등

가족 행사를 챙길 때마다 죽은 사람을 추억하며 슬픔을 다스릴 수도 있다.

애도 의례는 모두가 고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8장 함께 애도하면서 치유하기_애도 의례> 中에서


우리는 최근 아주 많은 사람들을 잃은 슬픈 일을 겪었습니다.

함께 슬픔을 나누고 애도를 표하며 상실의 아픔을 보듬어줘야 할 시간들을

누구의 잘잘못과 책임을 가리는데 더 집중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좀 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로하며 다함께 슬픔을 달랠 시간이 주어진 뒤

사고의 수습이 이뤄졌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힘이 있는데 지구와 그 위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보호할 힘과 파괴할 힘이라고요.

신이 인간을 만든 이유는 모든 생명체를 다스리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다스린다는 말은 복종시키고 지배하라는 것이 아니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뜻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자는 동물들의 10가지의 의례를 통해 자신과의 관계, 사람들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례를

더욱 튼튼하게 구축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힘을 선택하고 싶은가요?

기왕이면 인간과 자연 생태계가 풍요롭고 행복해지는 삶이 되는 선택이길 바랍니다.

동물들의 10가지 의례에서 관계와 공존을 배우는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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