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 - 곤고한 날에는 이 책을 본다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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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보니 매주 일요일이면 교회를 나가고 있었습니다.

한 손에는 어머니가 주신 헌금 동전 한 닢과 다른 손에는 동생의 손이 꼭 쥐어 있었죠.

매번 일요일 아침 만화동산할 시간이라 가기 싫다고 투정이라도 부릴라 치면

어김 없이 등짝이 따끔해짐과 동시에 현관 밖으로 내몰려졌습니다.

그래서 불경하게도 전 하느님과 거래했죠. 교회에 가는 대신 헌금을 반띵하는 걸로요.(웃음)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의 저자인 김병종 작가는 화가이자 현 대학교수입니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동양철학 박사이기도 한 그가 기독교 영성과 관련한 책을 읽고

그 소감을 담은 책을 펼쳐낸 것이 조금 이상하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책날개에 그가 적어 놓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읽고 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매일 새벽이면 낡은 자그마한 좌식 책상을 펼쳐 놓고 성경을 읽으시던 어머니의 야윈 등을

그는 바라보며 자랐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멀리 도망치고 싶었으나 결국 어머니가 하시던 그 독서법대로 살아가게 되었노라

그는 고백합니다.


어찌 보면 책 읽기의 습벽에 관한 한 열서너 살로부터

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딛지 못한 형국이다.

그 탐닉이 아니었던들 좀 더 빼어난 화가가 되지 않았을까.

혼자서 가끔씩 해보는 생각이다.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 中에서


어린 시절 가기 싫었던 교회에 대한 기억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성경책은 읽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저는 지금 매일 새벽 성경책을 읽고 있습니다.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몇 번이나 여러 판형으로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성을 다루는 책들도 읽고 싶어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읽고 이해하는 말씀과 남들이 읽고 이해하는 말씀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을 읽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드러난 뜻이 아니라 숨겨진 뜻이 궁금해서 읽게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어쩌면 인간의 영혼이 가진 의미가 궁금해서 읽게 되는 면도 있습니다.

천지창조설에 의해 신이 인간을 만드셨다는데 왜 인간을 만드신 것일까?

인간으로 인해 세상이 타락하고 지구 환경의 리듬이 깨어지고 있는 지금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문제는 영이다.

그러니 일찍이 그대의 정신을 어루만지고 영혼을 보듬어라.

성장을 도모하되 영적인 성장을 먼저 도모하라.

이 현대의 랍비는 부단히 그렇게 역설한다.

우리는 너나없이 실수하고 넘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싸매며 다시 일어서서 길을 간다.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그 사랑의 주인을 만나기 위하여.

<아직도 가야 한다고?_아직도 가야 할 길> 中에서


저의 책장에도 언젠가는 읽힐 날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영성책들이 있습니다.

저자가 읽은 책들의 면면 중에 제가 읽으려고 준비해 놓은 책들도 있어서 반갑습니다.

그러나 읽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요?

저자의 통찰을 엿보며 저 또한 어서 이 책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조급함이 듭니다.




김병종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는 이해하기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장들과 함께

눈길을 잡아 끄는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이 책은 영성책을 자주 접하지 못하거나 영성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

또는 영성책에 약간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도 가벼운 에세이처럼 읽을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영적인 빈곤함을 조금 메워주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교회다니던 시절 좀 이상했습니다.

우리를 교회로 보내는 어머니는 정작 왜 교회를 다니지 않으실까?

가끔 심방을 오시는 목사와 신도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왜 저리 우실까?

믿음의 첫걸음을 딛게 해주셨던 어머니가 흔들리니 저 또한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자녀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게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성당을 다니면서 아이와 함께 믿음을 키우고 있습니다.

세상 살아가며 간혹 흔들리는 일이 생기게 될터인데 그때마다 꼭 붙들어주고 기댈 곳이

필요하다는 걸 불혹의 나이를 넘겨서야 절실히 통감했습니다.



곤고한 날에도 책 읽을 힘을 얻습니다.

어딘가 허전한 삶을 채워줄 수 있는 책들이 담긴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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