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터-리뷰 - SIRO ; 시로 읽는 마음, 그 기록과 응답
조대한.최가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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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청마 유치환 시인의 <깃발>이란 시는 제목을 모르지만 첫 구절은 읽자마자 기억합니다.

전 '노스탤지어'란 제목이라고 생각할 만큼 그 단어에 꽂혀있기도 했고요.

시를 좋아하지 않지만 시를 기억하는 것은 학창 시절 지겹도록 밑줄을 그어 대고

빨간, 파란펜으로 해석을 적으며 시험 문제로 출제된다는 협박(?)을 받았던 탓이겠죠.

그래서 인지 '시'는 음미하기 보다 암기해야 하는 골치 아픈 장르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시, 인터-리뷰]는 '시로'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문학평론가 조대한, 최가은의

시 읽기의 즐거움에 대한 리뷰와 기록들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들은 모두 문예지에서 발표된 작품들로 저자인 두 평론가가 발굴하여

시편마다 깊이 있게 읽고 내밀히 감상한 두 평론가의 리뷰와 시인의 인터뷰로 엮었습니다.

시를 제대로 읽고 싶은 분들에게 앎의 즐거움을 선사할 책일 것 같습니다.



저는 줄곧 한국의 시, 특히 한국의 현대시가 참 읽기 어려운 편인데요,

이유는 확실한 의미를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작품들도 눈으로는 따라 읽었지만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워서

평론가들의 리뷰를 읽고 서야 조금은 내용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시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조차도 쉽지 않네요.

아직은 저를 시의 세계로 안내해줄 길잡이가 필요합니다.



2장의 정재율 시인의 작품 <투명한 집>을 읽으면서 뜻은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마음이 아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끝이 닳아버린 운동화와

홈이 맞지 않는 문턱들


그 아이의 사정은 모두가 알았다.

<투명한 집_정재율> 中에서


어딘가 소외당한 외로운 아이를 바라보는 느낌, 안쓰러우면서도 쉽사리 다가서지 못하는

그래서 슬프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유독 저는 불우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쉽게 지나치질 못합니다.

그렇다고 저의 어린 시절이 불우했던 것은 아닌데도 말이죠.

그렇지만 어쩌면 마음 깊숙한 어딘가에 저의 상처 입은 내면아이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이 시를 찬찬히 읽으며 아이를 바라보는 화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집중해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시 詩'라는 건 마음을 말(言)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아닐까? 하고요.

우리 마음 속의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데

간혹 그중 하나를 붙들어다 말로 나타내는 것이죠.

듣기에 따라서는 '무슨 말이야?' 싶다가도 듣다 보면 대강 어떤 마음일지 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비결정적인 선_김리윤 review> 中에서



<시, 인터-리뷰>를 읽으면서 저의 메마른 감수성을 살짝 걱정해봅니다.

시 마저도 누군가의 해설 없이는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근심이 들어서죠.

솔직히 평론가의 리뷰도 시인과의 인터뷰도 어렵게 느껴질 정도랄까요?

이렇게 어렵사리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약간의 심통도 뾰족 돋아납니다.

그럼에도 <시, 인터-리뷰>는 저에게 살짝 열린 문틈처럼 좀더 넓은 문학의 세계로 안내해주었습니다.

저처럼 시가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시로 읽는 마음의 기록 [시, 인터-리뷰]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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