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그들의 정치 -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이슨 스탠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솔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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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투표하던 날이 떠오릅니다.

어디에도 써먹어 본 적 없는 주민등록증을 들고 투표소로 찾아가 잔뜩 긴장한 채

투표 용지를 받고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도장 방향을 확인하여 행여 삐쳐나갈새라

꼭 찍은 다음 고이 접어 투표함에 집어넣고 투표소를 나설 때의 그 뿌듯함이란!

물론 제가 찍은 후보자가 다 당선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찍지 않은 당선인에게

할 말은 만들어둔 셈이죠. "난 당신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잘 하세요! 지켜보겠습니다."

지금도 외치고 싶은 말입니다.


[우리와 그들의 정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1년이 되던 해인 2018년출간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이 책이 더 잘 읽히는 것은 저자가 지적했던 파시즘 정치 체제가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미국은 그 후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지지율은 낮으며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시대를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또한 러시아는 한때 연방이었던 우크라이나와 정치적 문제로 갈등을 빚어 전쟁을 벌인 상태이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로 인해 국가마다 비상 체제가 걸리고 그 혼란한 틈을 타 파시즘은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와 페미니즘, 노동조합, 인종차별 등 자유와 평등으로 나서던 걸음이 멈추고

교묘하게 위장한 권위주의와 위계 정치가 소리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파시스트 신화는 선택 받은 민족의 구성원들이 다른 민족들을 정복하여

문명을 건설하고 지배한 영광스러운 민족사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민족주의 운동과 구별된다. 

파시스트 신화 속에서 과거는 권위주의적이고 위계적인 이데올로기를

떠받치는 특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1 신화적 과거> 中에서


파시스트 신화 속 여성들의 역할은 다음 세대를 키우는 내조자의 모습 뿐이었습니다.

과거 군국주의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권위주의적 체제는 여성들에게 그 역할에

안주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보면 페미니스트 운동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파시즘의 프레임에서는

가부장제에 반기를 드는 것이기 때문에 비난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실 정치를 잘 모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파시즘,  프로파간다, 이데올로기 등등 정치적 용어도 어렵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내버려둔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요즘 절실히 깨닫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자 마음먹었던 것이죠.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는 책은 쉽고 재미있으며 상황은 심각하고 걱정스럽습니다.

책에서 알려주는 열 가지의 정치 기술만 잘 기억하고 있어도 정치인들의 현란한 주장에는

현혹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거짓인 의견을 침묵 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지식은 오직 "<진리>와 오류의 충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참인 믿음은 열띤 논쟁과 불일치 그리고 토론의 시끄러움 속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비로소 지식이 된다.

<4 비현실> 中에서


어느 것이 참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를 모른다면 결국 국가의 모든 결정은 위정자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그들을 뽑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고 그들이 이끄는 국가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이 책은 비록 미국의 정치 상황을 파헤치고 있습니다만 아마도 21세기를 살아가는 민주주의 국가들이라면

모두 해당되는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파시스트 정치의 끌어당기는 힘은 막강하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를 단순화키고, 우리에게 하나의 대상을,

하나의 '그들'을 주고서는, 그들을 게으른 자로 비난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탁월함과 규율을 돋보이게 한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자격 없는' 인간들에 대해

시원한게 일갈을 날리는 강력한 영도자와 우리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부추긴다.

<10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 中에서


조금이라도 저항하려면 속임수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정치인이 될 생각은 없지만 사회와 정치 관련 분야의 책을 읽어야만 현실을 직시하는 지식을 얻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와 그들의 정치]를 읽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뉴스 속 정치 문제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채널을 돌려 외면하지 않게 될테니까요.

어쩌면 정치인들이 바라는 것은 대중의 무관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들의 정치로 흘러가지 않도록 지켜봐야겠네요.

오늘의 정치를 이해할 수 있는 필독서 [우리와 그들의 정치]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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