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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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을 때 배경 음악으로 듣고자 켠 동영상 플랫폼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의 영상이 첫 화면에 떴습니다.

순간적으로 '아, 이거 좀 궁금한데, 요것만 보고 책 읽어야겠다!' 그러기를 1시간.

어느새 시간을 순삭해버린 악마의 알고리즘에 좌절하고 맙니다.

심지어 시청 시간을 줄여보겠다고 1.5배속으로 감상했는데도 훌쩍 시간을 잡아 먹어버렸네요.

정녕 이 알고리즘의 지옥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걸까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라는 제목만 읽어도 감이 옵니다.

넘쳐 나는 컨텐츠와 순식간에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가려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이 익숙한 이야기는 우리나라가 아닌 이웃 나라 일본의 것입니다.

책의 저자 이나다 도요시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출현이 시사하는 무서운 미래>라는

칼럼을 기고하여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를 계기로 조사와 탐구를 거듭한 끝에

이 책을 출간했다고 합니다.

당장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각종 OTT 서비스 회사들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의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어야 할지 헤매며 거대한 영상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더 이상 영상 작품은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한다라는 말에 익숙한 시대라고 책은 말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작품이라면 취향과 상관 없이 한번쯤은 시청해야 사람들과 이야기가 통하는 시대.

또래와의 대화를 위해 영상을 하나라도 더 봐야 하는 요즘 세대들.

이 책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대한 Z세대들의 특징을 다룬 책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타인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즉 비판이나 지적을 하지 않고, 당하지도 않는다.

이는 언뜻 보기에 '타자'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나와 다른 가치관을 접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행위가 결여되어 있다. 관용이 아니라 단지 연결을 피하는 것 뿐이다.

그런 이유로 자신과는 생각이 다른 '타자'의 존재를 마음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

<제4장 좋아하는 것을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中에서


어떤 영상을 보든 정속이 아닌 배속으로 보며 평론가의 진중한 문장보다는 크리에이터가 제공하는

요약본 편집 영상을 찾아보는 이 세대들에게 어쩌면 세상은 단순함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아닐지

염려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생각해보니 저 또한 쏟아지는 대량의 정보와 이야기에 지쳐 식사 시간이면 새로운 영상보다는

익숙하고 마음이 편한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실제로 좋아하는 드라마 시리즈의 정주행 채널로 틀어 놓은 채 이미 외우다시피한 줄거리임에도

드라마에 빠져 울고 웃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특히 3장의 <실패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읽으며 과거 오타쿠를 바라보던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덕질 또한 하나의 개성으로 인식하고 남들과 다르고 싶어하는 Z세대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하고 싶은 건 없지만 뭔가 하고 싶기는 하다!"라는 상태, '최애'가 필요한 마음을

공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동영상 빨리 감아 보는 게 뭐가 어때서?' 라며 가볍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여러모로 저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던 제 마음을 엿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동영상 플랫폼도, OTT 서비스도 모두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생긴 기술입니다.

이용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결국 사람들도 거기에 적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부분과 짧은 호흡으로도 충분한 부분을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을 잃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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