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흄세 에세이 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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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그를 떠올릴 때면 저는 늘 영원한 청춘의 심볼 제임스 딘이 함께 떠오릅니다.

심지어 카뮈는 딘보다는 배로 오래 살았지만요. (헌데 요절한 원인은 비슷하군요.)

아마도 카뮈를 검색할 때마다 담배를 꼬나문 그의 사진이 딘을 연상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간혹 번역본을 읽게 될 때 원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에 사로잡힙니다.

번역가의 머릿속에서 걸러져서 다듬어진 문장이 아닌 본래의 언어가 가진 날 것의 의미,

그것을 맛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힐 때가 있죠.

이번에 읽은 카뮈의 작품 또한 그러했습니다.

[결혼]을 읽으면서 카뮈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느껴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게 되었어요.

알제리 북부의 해안 도시 티파사를 바라보는 젊은 카뮈의 눈이 되고 싶기도 했어요.

강렬하게 해변을 내리쬐는 태양, 은빛으로 빛나는 바다, 짙은 녹음이 드리워진 산.

<티파사에서의 결혼>은 색채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마치 문장마다 꼭 색깔을 하나씩 끼워 넣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카뮈의 또다른 작품 [이방인]을 읽을 때만 해도 그는 어딘가 비정상적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히곤 했는데 [결혼]을 읽으면서 적어도 젊은 시절의 카뮈는

청춘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사실 그의 작품들이 읽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제가 평소 너무 자연 과학, 인문서, 역사 등만 골라 읽고 소설이나 시를 멀리한 탓도 있겠죠.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카뮈의 문장들이 정신없이 들락날락 거리기도 했습니다.

티파사를 지나 제밀라를 거쳐 알제로 넘어갈 무렵엔 그의 문장에 잠겨 숨이 막히기도 했지요.

하지만 [티파사에서의 결혼]은 정말 반짝거리는 색채들로 가득한 에세이란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저마다 제 아름다움에 자연스레

자긍심을 지니고 있고, 오늘날 세상은 그 자긍심이

여기저기서 배어 나오게 놔둔다.

그 세상 앞에서, 내가 삶의 환희에 전적으로

목을 매서는 안 되는 줄 알고 있는데,

굳이 삶의 환희를 부정할 필요가 있겠는가?

행복하게 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엔 멍청이가 임금님이다.

내가 말하는 멍청이란 즐김을 두려워하는 작자다.

<티파사에서의 결혼> 中에서


저 찬란한 영광이 살아 숨 쉬던 공간도 세월이 흐르면 폐허가 되기 마련이듯

인간의 빛나는 젊음 역시 세월이 흐르면 흐려지고 낡아지기 마련이지요.

카뮈는 말합니다.

눈부신 젊음을 즐기라고요.

영원한 청춘을 꿈꾸라고요.

다시 한번 힘을 내어 그의 책을 펼쳐봐야겠습니다.

놓치고 있던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보고 싶네요.

청춘을 예찬하는 젊은 날의 카뮈를 만날 수 있는 [결혼]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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