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 자폐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른가?
조제프 쇼바네크 지음, 이정은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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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으로 만난 자폐인은 영화 <레인맨, Rain Man, 1989>에서 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레이몬드 배빗'입니다.

레이몬드는 서번트 증후군에 걸린 자폐성 장애인이죠.

그 영화를 통해 자폐인은 다 기억력이 좋고 천재성이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꽤 시간이 흐른 후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요.

그렇더라도 자폐에 대한 어떤 특정한 선입견을 갖게 했던 영화라는 기억은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는 자폐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자폐인이자 저자인 조제프 쇼바네크는 독학으로 10여의 언어를 배웠으며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고 철학 박사학위도 취득했지만

일상 생활 활동은 버거워하고 사소한 일에도 불안해 하는 사람이죠.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와는 자못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자폐 아동은 혼자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마련이지만

책에서는 자폐증을 지닌 어느 성인 남자의 경험담을 통해 자폐 아동이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려줍니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특이한 아이,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아이, 교사들에게는 버거운 아이

라고 불리는 '자폐' 장애는 사실 누구든 일반화의 범주에 끼워 맞추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편견이란 틀의 다른 이름에 불과할 뿐이죠.


한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그가 어떤 틀에도 들어맞지 않음을 뜻한다.

내 생각에 우수함의 기준은 임의적이다.

내가 좌절감을 느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른바 우수하다는 온갖 학교를 다녀봤으니까.

<어떤 틀에도 들어맞지 않는 아이> 中에서


자폐인은 성인이 되어서도 세상이 바라는 삶을 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아이'라는 특권(?)에서 벗어나면서부터 그들은 세상이 보내는 따가운 시선을

감당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사회생활을 해나가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생존하는 법을 아주 어렵게 배우게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자폐를 지닌 사람, 그중에서도 특히 자폐를 지닌 어린이는 대체로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어른은 이미 기본적인 실수 정도는 피할 줄 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은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며 전례가 없고

예측할 수 없으므로, 어른이라도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 부족> 中에서


저자는 자신이 천재성을 지닌 자폐인이라고 불리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자폐증을 지닌 사람'이라고 표현하지요.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합니다.

자폐증은 신체적 특징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요.

'자폐'가 자신의 기준이 될 수는 없으며 그걸로 자신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요.

책을 읽는 동안 '과연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것을 판단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나와 너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지만 자폐인은 나로만 이루어진 세계에 사는 데

 더 익숙합니다. 사람들이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

 다른 의도를 갖고 날 속일 수도 있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자꾸만 잊어버립니다.

 (사람들의) 거짓말에 속지 않으려면 매 순간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이 대사를 통해 자폐인에 대한 인식을 좀 더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자폐'라는 편견의 페이지를 접으면 조금은 낯설지만 독특한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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