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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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 [더 파더 The Father. 2021]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안소니 홉킨스는 이 영황에서 치매에 걸린 노인 '안소니'를 연기하죠.

영화는 치매에 걸린 안소니의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인 전개라 잘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것은 작가가 의도한 바 치매 환자의 시점에서 영화가 진행되도록 만든 것이죠.

덕분에 치매라는 병을 간접 경험하게 되는 영화였다는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또한 치매 환자가 들려주는 치매 이야기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병은 환자로부터 직접 겪었던 고통의 느낌을 묘사하는 걸 듣게 됩니다만,

치매의 경우 어디가 어떻게 서서히 나빠져 가는지 자세히 알기가 어렵습니다.

치매 환자 본인이 치매를 앓는다는 사실을 잃어버리기 때문이죠.

우리가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은 고작 치매 환자 주변인들의 관점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치매라고 하면 바로 기억력과 연관시킨다.

반면 치매가 기억력과 상관없는 감각이나 감정, 의사소통 같은 것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내부와 외부 환경을 그에 맞게 바꿔야 하며,

그렇게 그것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中에서


저자 웬디 미첼은 58세가 되던 2014년 조기 발병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본인이 영국국민의료보험에서 근무함에도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저자가 알리고 싶었던 것은 단 하나 '치매 진단 그 이후의 삶도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치매라고 하지만 관리만 잘하면 오래도록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을 살게 된다고요.

실제로 저자는 현재까지도 간병인 없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치매 연구에 기여하여

명예박사학위도 받았으며 자신의 치매에 대한 이야기를 책까지 써냈으니까요.


혼자 생활하면 나를 재촉하거나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

나한테 늘 더 필요한 한 가지는 시간이다.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나한테 가장 나쁜 말은 '빨리 해'다.

이 두 마디를 들으면 돌연 공포와 혼란, 실패감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혼자 생활하면 내 시간은 나의 것이다.

내 속도에 맞게 하면 된다.

<새로 도전하게 될 '관계'> 中에서


책은 치매 환자가 겪게 되는 거의 모든 기록을 담았습니다.

왜곡되는 '감각'과 주변인들과 새롭게 바뀔 '관계', 치매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과 '환경'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감정'과 긍정적 '태도'에 대한 기록들이죠.

치매 환자가 늘 배고파하는 이유는 먹었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이 아니라

마치 어린 아기처럼 수저 사용이 서툴러서 흘리거나 잘 퍼올리지 못하기 때문이고

음식을 씹고 삼키는 기능이 저하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치매를 잘 알지 못하면 두려워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치매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치매는 치명적인 질병이 될 뿐입니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관점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책에 가득 담았습니다.


나는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대하여 늘 말해왔다.

그리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우리가 여전히 할 수 있는 것과

여전히 참여할 수 있는 활동, 그 실현을 위한 해결책 찾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은 보다 긍정적인 태도에 영향을 준다.

<긍정적이어야 할 '태도'> 中에서


제 외할머니도 몇 년 간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말년에 늘 무기력하게 침대에만 누워 계시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모든 기억을 다 잃었어도 당신의 첫 손녀딸 이름만은 기억하셨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저이지요.

외할머니에게 저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좀 더 외할머니의 손을 잡아드릴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듭니다.

그때 저는 치매라는 병을 조금 꺼려했던 것 같아요.

'치매'라는 병에 걸렸을 뿐 외할머니가 변한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치매 환자가 쓴 치매에 대한 기록을 담은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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