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계 -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고 나만의 설계도를 만드는 법
론 프리드먼 지음, 이수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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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기사들이 대국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복기復棋입니다.

대국의 내용을 순서대로 다시 두어보며 검토해보는 것이죠.

복기를 통해 수의 패착이나 실착을 알아보고 연구하면 실력을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험 답안을 맞춰본 후 틀린 문제를 한번 더 살펴보는 것도 그와 같은 이치입니다.

이렇듯 이미 흘러간 승부요, 지나가 버린 시험임에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역설계]는 앞서 말한 복기나 복습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역설계란 대상을 체계적으로 분해하여 내부 원리를 알아내고 중요한 통찰력을 뽑아내는 접근법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이미 완성되어진 청소기를 분해하여 작동의 원리를 알아내어 그 기능을 활용하여

성능이 더 향상되고 기존의 청소기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이 원리는 기술 업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것은 글을 쓰는 작가도, 운동하는 선수도, 사업을 하는 비지니스맨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인 것이죠.



저자인 론 프리드먼은 동기부여를 전문으로 하는 사회심리학자이자 행동 변화 전문가입니다.

심리학자라고 하면 보통 심리상담이나 임상심리 분야를 떠올릴 수 있지만 동기부여라는 전제 조건이 붙으니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을 조금은 알 듯합니다.


모방이란 어떤 완성물을 주의 깊게 관찰 및 분석해 핵심 요소를 파악한 후

재조립하는 과정이며, 이것은 우리 두뇌에 평상시와 다른 놀라운 프로세스를

가동시킨다. 대상을 수동적으로 관람하거나 소비할 때와 달리,

모방을 하려면 고도의 집중력으로 미묘한 디테일과 숨겨진 기법을 찾아내야 한다.

<1장 최고들은 무엇이 남다른가> 中에서


[역설계]의 서론에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혁신적인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하여 세상에 내놓으려고 하죠.

빌 게이츠에게 선수를 빼앗긴 스티브 잡스는 빌 게이츠를 불러 항의하지만 빌 게이츠는 개의치 않습니다.

어차피 애플도 마이크로소프트도 모두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함께 복사기 회사 제록스의 제품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분석한 다음 각자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뿐입니다.

모방한다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과도 같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가 부모의 언어와 행동을 따라하고 가족의 관습을 배워가듯

인간은 모방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 그것을 살짝 비틀어 새롭게 창조함으로서

사회의 발전을 이룩하고 진보 시켜 나가기 때문입니다.

역설계를 남의 것을 베낀다거나 흉내 낸다는 수준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책의 1부는 역설계의 전반적인 의미를 해석하며 필요성에 대해 알려주고 있으며

2부에서는 역설계를 통해 어떻게 전문성의 단계에 이를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풍부한 자료들을 제시하며 전략과 패턴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어째서 우리는 뭔가를 아는 상태에서는 모르는 상태를 상상하기 힘든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우리 두뇌가 새로운 정보를 신속하게 집어삼키고

이미 습득한 정보는 버리지 않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뭔가를 알고 상대방은 모를 때 상대방과 같은 관점을 갖기가

어려운 것은, 두뇌가 이미 습득한 유용한 정보를 무시하거나

잊어버리지 않게 설계돼 있는 탓이다.

<7장 전문가에게서 값진 조언을 얻는 법> 中에서


저는 7장에 등장하는 '지식의 저주'를 읽으며 제가 아이를 보는 관점을 달리하기로 맘먹었습니다.

아이가 문제집을 풀 때 끙끙대며 애쓰는 순간이 오면 저도 모르게 얼른 답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풀이 과정은 맞는데 답이 틀리는 걸 보면 가슴이 답답해 질 때도 있거든요.

이제는 그럴 때마다 이 아이는 이 문제를 틀림으로 인해서 새롭게 깨닫게 될 것이라고 되뇌어야겠습니다.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는 탁월한 성과를 내는 이들의 핵심전략포인트 10가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사자성어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자기 산의 옥돌을 가는 데에 쓸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죠.

남의 눈에는 하찮아 보이는 결과물일지라도 내 눈이 어떤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한다면

다시 한번 연구하고 분석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그렇게 기회를 알아차리고 움켜쥘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역설계]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고 나만의 설계도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역설계]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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