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식탁 - 나를 위해 푸릇하고 뿌듯한
홍성란 지음, 안혜란 그림 / 샘터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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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 지나 초봄으로 다가가는 길목에 접어들면 회색빛이던 나무들과 풀잎이 새파래지듯

말린 나물들이 차지하던 우리 집 밥상도 파릇파릇한 푸성귀들로 넘쳐 나기 시작합니다.

향긋한 내음을 가득 담은 냉이 무침과 봄이 제철인 도다리에 쑥을 넣어 끓인 도다리 쑥국,

밥도둑이 따로 없는 매콤한 달래 간장과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인 두릅까지

식탁 위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나물들의 대향연이 펼쳐집니다.

물론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더할 나위가 없지요.


[초록 식탁]은 제목이 말하듯 어떻게 하면 요리에 다양하게 채소를 활용할 수 있을까?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저자인 홍성란은 요리 연구가이자 채소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는데

채소 소믈리에란 채소와 과일에 대한 정보와 가치를 전달하는 전문가를 뜻한다고 합니다.

소믈리에란 보통 와인과 관련해 서비스하는 사람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차나 물, 과일, 전통주, 채소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네요.




최근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이라거나 베지테리언이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되었는데

저자는 자신을 '채식주의자'가 아닌 '채식접근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채식접근자라는 단어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저도 한때는 맹렬 다이어터로서 비건에 가까운 식생활을 몇 년 유지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때의 반사작용인지 삼시세끼 중 한끼는 꼭 고기를 먹고 있지만요.

하지만 저도 [초록 식탁]을 읽고 채식접근자라고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책이 참 쉽게 읽히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아무래도 우리 주변에 흔히 접하는

채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우동 먹을 때마다 은근 밀어내지만 치명적인 매력을 소유한 쑥갓이라든지

한통 사면 먹다 지쳐 물려버리는 양이 많아 슬픈 양배추라든지

한번 먹으면 멈출 수 없지만 냉장고에서 쓸쓸히 말라가는 유혹의 빨간 방울토마토라든지

밥 대신 하루 종일 물고 다니는 중독성 쩌는 지극히 평범하고 수수한 옥수수 같은

마트에 가면 늘 거기에 있고 식탁에서도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익숙한 채소들이지요.


상추는 집에서도 누구나 재배가 가능하다.

채소 좀 키워볼까 하는 생각을 실제로 실현하기에

가장 좋은 채소가 상추일 것이다.

거의 실패가 없고 조금만 돌보아도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무럭무럭 자라기 때문이다.

자란 잎만 제거해서 먹으면 그 자리에서 또 상추가 난다.

나름 도시농부학교 수료자로서 말하는데,

상추는 이토록 까탈스럽지 않은 채소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상추> 中에서


시골 밥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풋고추와 상추일 것입니다.

손바닥만한 텃밭만 있어도 상추를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죠.

저희 시골 집에도 상추를 늘 키우는데 어찌나 잘 자라는지 미처 뜯어먹지 못하면

상추가 나무가 되어버리는 수도 있더라고요.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상추가 녹아버리기도 하니 그때는 금추라고도 하는데

저는 질리도록 먹어야 하는 채소 중 하나입니다.(웃음)


이처럼 저자는 [초록 식탁]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채식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채소를 더 다양하게 요리에 사용하고 사람들이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좀 더 쉽게 많이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담았습니다.

사실 채소로 요리할 땐 반찬으로 곁들이다 보니 한정된 조리법 내에서 비슷한 종류로만

만들게 되는데 저자가 소개하는 활용법은 좀더 다양한 채소 요리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아이들이 잘 안 먹는 채소를 어떻게 요리하면 먹일 수 있을지 고민했던 저자의 연구 결과물

채소밥을 보면서 저 또한 이번에 새로 바꾼 압력 밥솥으로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동안 시골에서 보내온 가지가 처치 곤란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가지, 하고 생각하면 뭔가 흐물거리는 식감에 잿빛의 알갱이로 식욕이 저하되는 가지나물이 떠올랐는데

올해 우연히 보게 된 갖가지 가지요리 동영상을 통해 가지의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뭐든 기름에 튀기면 맛은 보장되는 법이죠.

내년에는 시골 부모님께 보라빛 통통한 가지를 많이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예쁜 그림이 곁들여진 나를 위해 푸릇하고 뿌듯한 [초록 식탁]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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