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을 걷는 시간 - 천년을 잠들어 있던 신라의 왕궁 소설가 김별아 경주 월성을 가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써 20년 가까이 남부의 지방도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수천년 전 이 도시는 가야문화를 꽃 피웠던 가락국이라고 불렸던 곳이죠.

그래서인지 아파트를 짓겠다며 땅만 파면 유적이랑 유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얼마 전 뉴스에도 나왔어요.

고대사의 의미 깊은 유물이 나왔다는 뉴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세계 최대의 고인돌을 훼손시키고 문화층 대부분이 파괴되었다는 뉴스였죠.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재가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월성을 걷는 시간]은 천년 고도의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는 경주의 신라시대

왕성 월성月城을 방문한 김별아 작가가 쓴 기행문입니다.

김별아 작가는 신라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미실>로도 유명하지만

저는 그보다 조선시대 단종의 아내였던 정순왕후를 모델로 한 <영영이별 영이별>을

참 먹먹하고 가슴 저미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경주는 한때 자주 여행을 다니던 곳입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경주로 바로 진입할 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울산으로 진입해

감포방면으로 31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 문무왕릉을 본 다음 경주시내로 가는 길을

자주 애용하는 편이지요.

빠짐 없이 늘 불국사와 첨성대, 안압지 등을 둘러보고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가 한창 경주를 다닐 때는 안압지가 야간 개장을 하기 전이었습니다.

첨성대 옆의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작은 언덕같은 곳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곳이 반월성이며 월성 유적지였던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때 보았던 기억으로는 나무와 수풀만 무성하던 곳이라 이게 무슨 유적지일까 했는데

신라의 왕궁이 존재했던 곳이었군요.



작가는 소설 <미실>을 집필하면서도 제대로 월성을 찾아보지 않았음을 떠올리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눈으로 보고 발로 밟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2019년 <경북매일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묶어서 출간했으므로

시간의 흐름 후에 발생한 뒷이야기를 수정 보완하여 구성되었습니다.

책은 주로 월성을 중심으로 월성의 발견과 발굴, 유물의 얽힌 이야기와 월성 주변의

동궁과 월지, 첨성대 그리고 신라의 문화와 역사 등을 아우르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라는 오랜 세월 백제, 고구려와 더불어 세력 다툼이 있었고

태종 무열왕이 되는 김춘추와 김유신에 의해 삼국을 통일하는 대업을 이뤘으며

고대국가의 체제를 마련하는 등 엄청난 문명을 이룩해낸 저력이 있지요.

그럼에도 그저 고대유적 관광단지로만 남게 된 것은 현재의 수도인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교토와 비교해봐도 조금은 저평가된 도시가 경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월성을 걷는 시간]을 읽고 있자니 경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때는 몰랐던 것을 지금에서 알게 되니 '백문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네요.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닌 생생하게 존재하는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천년 전에 살았던 신라인들의 흔적을 더듬어보고 그들의 삶을 상상해봐야겠어요.


언젠가 영주의 부석사 무량수전을 보고 쓰다듬으면서 이 건물을 만들었던 천 년전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 세월의 흔적에 감개무량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들이 보고 만졌던 것들을 천년이 지난 내가 보고 만지다니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이 이런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가 지금 딛고 이 땅은 천 년 전에도 이천 년 전에도 누군가 딛고 살았던 땅입니다.

역사는 그런 숨결들이 겹겹이 쌓아져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나의 숨결은 어떤 역사로 남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경주 월성을 걷고 느끼며 기록한 [월성을 걷는 시간]을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