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 - 좋은 사람과 만만한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관계 심리학
함광성 지음 / 웨일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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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있는 날은 며칠 전부터 마음이 불편합니다.

분명 평소 통화하면 만나고 싶은 사람이고 만나면 반가울 게 분명한데도

막상 만날 약속을 잡고 그날이 다가오면 왠지 피하고 싶어지는 거죠.

'무슨 핑계를 만들어야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약속을 취소할 수 있을까?'

'그날 집에 무슨 급한 일이 생기면 좋겠다.'

결국 약속은 실행되고 좋으면서 지친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네, 제가 바로 길에서 만나면 '언제 밥 한끼 하자'를 남발하는 프로빈말러입니다.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는 책 제목을 보면서 왠지 위안을 받았습니다.

누구에게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저를 떠올리게 하네요.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말그대로 쉽지 않습니다.

저는 여지껏 '좋은 사람'에 대해 오해를 하면서 살았습니다.

좋은 사람은 나보다 남을 더 우선시해주는 것이라고요.

하지만 책의 저자인 함광성 상담심리사는 말합니다.


자존감, 정확한 표현으로 자아존중감은

내가 스스로 나를 존중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한다.

그러나 자아존중감이 낮은 사람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고

굉장히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 과정에서 익숙하게 경험하는 감정은

바로 죄책감과 수치심이다.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 中에서


자아존중감이 낮은 사람은 필수적으로 죄책감과 수치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무능감과 자신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요.

뭔가 나는 남들과 비슷하지 않으면 부끄러울 것 같고 내가 상대의 의견을 반하는 일이나

요구에 거절하는 일에 미안한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남들과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건 매력이라 여기고

상대가 틀렸는데도 반대로 하거나 당연한 요구를 거절해도 그럴 수 있다며

수긍하고 관대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고는 상대가 모르게 일을 바로 잡거나 저 혼자 일을 처리하는 것이죠.

그런 희생적인 관계의 패턴은 부모의 양육방식에 비롯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좋은 부모는 아이가 자유롭게 스스로 세상을 탐색하고 경험해 보도록 양육한다.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주고, 스스로 부딪히도록 기다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의 도전 자체를 격려하고 지지한다.

이런 경험이 성곡적으로 반복되면 아이는 '나는 뭔가를 스스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

이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얻게되며 세상에 대한 믿음도 갖게 된다.

<2장 나는 왜 강박적으로 남을 배려하게 되었을까?> 中에서


저와 아이의 관계를 생각해봅니다.

마음속으로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자. 도움을 청하면 그때 도와주자!'고 생각하지만

안달복달하며 속을 끓이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또 느긋하게 밥을 먹는 아이의 속도에 참지 못하고 숟가락에 밥과 반찬을 얹어 놓고

얼른 먹기를 기다리는 저를 깨닫기도 하지요.

아이의 실패를 못 참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실패하고 깨닫기를 기다리지 못하는 것이랄까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는 나중에 실패하는 것을 수치스러워 하게 되는 것입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여러가지 테스트 문항들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례에 적절한 솔루션도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각자 맞는 상황에 따라

실행에 옮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례 속에 등장하는 내담자들의 이야기에서 제 모습이 조금씩 비치는 느낌이었어요.

학교든 직장이든 사적인 모임이든 수 많은 인간관계에서

늘 먼저 스스로 '을'의 위치를 잡는 저를 떠올린 셈이죠.



대화 중 말이 끊기면 어떻게든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겨

아무 말이라도 꺼내는 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교성과 붙임성이 좋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수다스럽고 말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참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매번 모임이나 만남이 끝나고 돌아오면 늘 오늘도 말이 많았다고 자책하며

만남을 되도록 줄이려고 노력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대화가 끊긴 침묵의 시간을 그냥 느긋하게 즐기려고 합니다.

제가 꼭 끊어진 대화를 이어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좋은 사람과 만만한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관계 심리학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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