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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
강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7월
평점 :
새벽 어스름, 미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눈을 억지로 뜹니다.
바깥은 아직 깜깜한 어둠에 잠식 당해 있지만 한밤에도 식지 않는 한낮의 뜨거움이
여전히 후텁지근한 새벽 공기로 떠돌고 있습니다.
책상에 앉아 작은 스탠드를 켜고 책을 펼칩니다.
문장 사이를 더듬으며 행간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동안 동이 틉니다.
오늘 하루도 맹렬하게 빛날 해는 희미한 빛살로 자신의 존재를 알립니다.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을 가을에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문장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고뇌가 느껴져서인지 짧은 문장도 허투루 읽히지 않습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생각하다 보면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네요.
사랑한다고 수백 번, 수천 번 말해도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에 뒤돌아서는 게 연인이라
한다지만,
그럼에도 한 번 더 사랑한다고 외쳤을 때
다시 돌아봐준다면.
나는 네게 순정을 다짐하고 싶다.
<외로워서가 아닌 너라서>

수필이나 산문집이라기보다 시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토록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책을 읽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감상에 젖고 마네요.
아마도 새벽이라서 그럴 겁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이어폰 너머로 스며드는 나지막한 피아노 소리와
한여름밤 새벽을 떠도는 특유의 대기가 저의 마음을 저멀리 보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곁에 있을 땐 이해하지 못했던,
아니, 어쩌면 이해하고 싶지 않아 외면했던 것들을,
상대가 떠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후회라고 부른다.
<후회>
돌고 돌고 돌아서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오면 문득 눈앞에 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한때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먼 길을 돌아 다시 제게로 찾아왔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제 곁에 있었는데 저는 늘 먼 곳만 바라보았던 모양입니다.
이것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 '늘 함께'여서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음이 향하는 곳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그곳에 언제나, 사랑이 있다.
<마음을 따르면>

저자가 하고픈 말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제게는 참 낯간지러운 말이었습니다.
낯간지러운 말을 한다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요.
그러니 저는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사랑이라 부를 수 있도록!
외로운 것들에 지지 않기 위해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을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