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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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지인은 알고 지내던 분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른 단어는 '비겁하다'였습니다.

남은 가족이 짊어질 무게는 생각지 않은 채 혼자 도망쳐버리다니 비겁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보다는 좀 더 생을 끝낸 사람에게 안쓰러움을 가졌으나

나이가 들고 보니 자연스럽게 비난하게 되는 입장에 서게 되더라고요.

어쩌면 이것조차 그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제3자에서 본 편협할 시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의 저자는 자살 유족입니다.

세 살 아래 여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사별자가 쓴 기록입니다.

그가 쓴 글을 읽고 그가 쓴 글에 대한 감상을 쓰려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을까요?


책은 스스로 생을 등진 동생의 이야기로 시작하므로 글의 바탕이 되는

주인공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본가인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판사로 건너가 계약서를 쓰는 동안에도,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순간에도 어김없이 온통 그 생각에 사로잡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날을 지새웠다.

<아픔을 해석하고 해독하는 능력> 中에서


세상을 등진 이를 글의 주인공으로 삼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어쩐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보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마음의 방황을 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도 왠지 알 것 같습니다.



저도 긴 시간 알고 지내던 지인이 있었습니다.

늘 밝게 웃고 마음 씀씀이도 넓었던 그의 얼굴에 간혹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가 마음 속 깊숙이 숨겨둔 비밀은 그가 10대였을 때 부친의 자살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마음의 고통을 겪었지만 누군가에게 쉽게 토로하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어딘가 남에게 털어놓기에는 부끄럽고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

어쩌면 사별자 가족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제대로 된 애도의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떠난 동생이 생각나 눈물도 나겠지만 훔치지 않고

마음껏 울음을 터뜨리며 언젠가 때가 되거든 보자고

중얼거리는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따라가겠다는 말 말고, 적절한 시기가 되어 이승과 약속된

연이 끝나는 날에 동생을 바라보며 그곳에서 재미있게 지내자고.

<위험한 답장> 中에서


어떻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마음은 안타깝지만 공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책의 저자에게 작은 응원을 보냅니다.

'이 글을 써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의 남은 생이 사랑으로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조금은 먹먹한 마음으로 표지를 들여다봅니다.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라는 제목의 행간에 담긴 슬픔을 가늠해봅니다.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언젠가 "언니는 어떻게 나를 안따라왔어?"라고 툴툴댄다면

"그러게. 같이 있자고 말했잖아. 바보냐?"라고 답할 테다.



동생을 떠나보낸 어느 사별자의 삶에 대한 애착을 기록한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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