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 - 종족, 계급, 전투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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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어디선가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펄럭이는 날개짓 소리가 들려왔다.

이 밤에 왠 새가 날아가는가, 의아해 하면서도 그는 숨죽여 밤길을 재촉했다.

오늘 밤 안으로 국경선을 넘어가지 않으면 여럿 목숨이 날아갈 판이었기 때문이었다.'

스토리의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처음과 끝을 준비해 놓고 출발합니다.

그러나 다섯 줄을 채 넘기기 전에 망설이게 됩니다.

'그래서 이 다음은 전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고뇌에 빠져듭니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은 바로 저와 같은 스토리의 짜임새가 부족한 사람을 위한 지침서입니다.

책의 저자 티머시 힉슨은 유튜브 'Hello Future Me'의 운영 및 글쓰기와 관련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로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실용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은 총 2편으로 나뉘어 출간되었는데 1편에 해당하는 '생성' 편에 이어

2편 '구동' 편을 읽게 되었습니다.

생성 편이 세계관의 탄생과 멸망을 구축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구동 편은 배경, 인물, 전투 등을 통해 줄거리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은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왕자의 게임>, <듄>과 같은 판타지 작품들은 물론

<스타워즈>, <매트릭스>와 같은 영화들, <레 미제라블>,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고전소설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세계관 구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워낙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되어 있는데 그 대부분이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라는 느낌이었어요.

또한 소설을 주로 흥미 위주로 읽었던 저로서는 그동안 읽었던 소설에 세계관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보니

아주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싸움 장면 설계에 유용한 도구 중 하나가 동선Blocking이다.

동선은 원래 연극 용어로, 무대에서 실제로 연기를 하기 전에

등장인물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대략적으로 정하고 표시해두는 것을 말한다.

싸움 장면을 쓸 때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등장인물의 동작을 묘사하기보다는

그런 동작이 공간에서 어떻게 전개될지를 미리 시각화하는 것이 좋다.

등장인물의 시야에는 어떤 것이 들어오고, 등장인물은 어떤 것을 활용하는가?

<싸움은 어쨌든 공간에서 펼쳐진다> 中에서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동작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 몇 줄의 묘사인데도 마치 영상물을 보듯 눈 앞에 등장인물이 움직임이 보이는가 하면

아무리 구구절절 자세하게 읊조리고 있어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선'에 대한 설명을 읽고서야 왜 작가가 현장방문을 한다던가 취재를 하는지 이해되었습니다.

작가 자신이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도저히 그려지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는 것을요.


SF소설과 판타지 소설에서는 인물의 능력이 상승할수록

긴장도 따라서 고조된다는 것이 거의 보편적인 법칙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해관계가 심화되고, 행위의 파급력이 커지고,

위험한 악당도 더 많아진다.

이야기가 '반드시' 그런 패턴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전개될 뿐이다.

<하다 하다 나루토가 달에 에너지파까지 쏜다고?> 中에서



일본의 유명만화 <드래곤볼>을 처음 만났을 땐 그저 <서유기>의 또 다른 해석일 뿐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점 주인공 오공의 힘이 세지고 변신을 거듭하다가 급기야 우주인이라는 설정까지

이야기가 점점 안드로메다로 가는 걸 보면서 이 정도면 세계관이 어디까지 뻗을 걸 예상하고

줄거리를 짜야하는 걸까, 문득 생각해본 적 있습니다.

상상력에 제동 걸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엄청난 스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창조한 모든 것, 특히 이야기의 설정이나 보상과 무관한 요소들에까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때로는 기이하고 기묘하고, 심지어 터무니없는 것들도 존재하며,

그런 것들이 독자를 위한 '더 근본적인 것들'에 해당할 때는

이야기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분위기, 비전, 경험을 먼저 정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톨킨의 세계관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은 무엇이 다른가?> 中에서


한마디로 "작가님, 너 쓰고 싶은 대로 마음껏 쓰세요."랄까요?

근사한 세계관도 매력적인 등장인물도 결국 스토리의 힘이 부족하면 빛을 발할 수 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연하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에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을 참조해보는 것이죠. 

저자는 친절하게도 없는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는 바쁜 작가들을 위한 'n줄 요약'본을

제공하고 있으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는 그 밤이 떠올랐다. 행여나 들킬 세라 숨죽여 국경선을 넘던 그날 밤.

잊을 수 없었던 새의 날개짓 소리가 떠올랐다. 그가 되찾고자 했던 위대한 영광이 시작된 그 밤.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는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시작과 끝이 이러니 중간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소설, 영화, 게임에 바로 써먹는 창작 팁을 가득 채운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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