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가짐 - 세상에 나로 서는 말하기의 힘
채자영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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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이유 없이 저를 괴롭히고 미워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까닭 모를 그 아이의 괴롭힘은 곧 다른 아이들에게도 전염이 되어

급기야 놀이에 끼워주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것도 아닌 걸로 시비가 붙었을 때 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아이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받아쳐 냈습니다.

말다툼이 끝날 무렵 말문이 막혀버린 그 아이는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다툼 이후로 평소 그 아이의 태도를 내심 못마땅하게 여기던 아이들은 저와 친해졌습니다.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책을 열심히 읽었더니 말주변도 늘어나구나!'

말의 힘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말가짐]은 단정한 몸가짐, 진실한 마음가짐과 마찬가지로 올바른 말하기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저자가 지은 책의 제목입니다.

스토리 경험 디자인 그룹 필로스토리의 공동대표이자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전문, 에세이스트, 유튜버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저자 채자영은 이야기와 프리젠터를 합친 '스토리젠터 Storysenter'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꼭 전해져야 하는 이야기를 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말과 관련한 공부를 하고 직업을 거치면서 말이 가진 힘을 무엇인지를 찾다가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마음을 꺼낼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세상에 정해 놓은 타이틀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것만큼 매력 없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를 제대로 소개하고 싶다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혹은 하고 있는지

그 다채로운 시간을 돌아보고 바라보며 나만의 이야기 도구를 찾고,

스스로 무어라 정의 내려도 부끄럽지 않은 순간, 그 순간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면 깨달을 것이다. 나를 소개할 나만의 언어를.

<1장 나다운 삶은 말하기에서 시작된다> 中에서



저자는 언론사 시험을 위해 시작한 '문장 수집 노트'가 자신의 '인생 노트'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문장을 수집하고 그 문장이 주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집어넣을 때부터 마음을 지켜주는

든든한 일기장이자 말의 시작점이 된 것이라고요.

여지껏 책을 읽기만 한 저도 저만의 문장 수집 노트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사람들과의 만남을 극도로 제한해서 그런지 어떤 질문을 들으면 대답하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정리가 전혀 안되기도 하고 횡설수설하기도 하고 그럴싸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예전에는 정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을 살 정도였는데 말하는 게 어려워지고 말았습니다.


천 번의 말하기.

그 끝에는 말을 더듬던 사람도 명료하게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단언컨대 '말하기'는 생각을 선명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도구다.

흐릿하던 일을 분명하게 만드는 일, 고민의 실마리를 찾는 일,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일까지.

이 모든 것은 스스로의 언어로 정리됐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1장 나다운 삶은 말하기에서 시작된다> 中에서


말이란 하면 할수록 는다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실제로 말로 옮겨보면 더 구체화되고 명확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생각은 구름처럼 두둥실 떠내려가고 말지요.

나중에 그 생각을 글로 적어보려고 해도 떠올렸던 당시만큼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들어 주는 것 혹은 무조건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경청은 아니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그 말이 내 생각의 시작이 돼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만드는 것.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생각을

시작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끌어내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나아가는 것.

기다림의 미학으로 만들어진 좋은 대화는 이렇게 즐거운 것이다.

<3장 경청하는 세계에는 힘이 있다> 中에서



이처럼 저자는 [말가짐]을 통해 말의 본질이자 기본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태도가 되고 태도는 삶이 되고 삶은 일생이 된다는 문장이

갑자기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어떤 생각을 말에 담아내고 있을까요?

제 태도는 어떤 말을 드러내고 있을까요?

예전의 저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습니다만 지금은 경청을 잘하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떠들고 요란스러운 삶보다 조용히 귀 기울이며 기다리는 삶을 지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할 말은 하고 살아야겠지요.

[말가짐]을 통해 나 다운 삶을 다시금 정의해봅니다.

나로 사는 삶, 나 답게 삶을 사는 말의 힘이 가진 비밀을 일러주는 [말가짐]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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