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는 식물들 -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존 카디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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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선물로 꽃이 피어있는 작은 화분을 두 개 받았습니다.

모종용 화분이라 다른 빈 화분에 옮겨 심어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내다 놓았지요.

꽃이 무리지어 피고 지는 걸 잠시 즐기다가 잊고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 어라, 이게 웬일인가요?

한창 꽃이 져가고 있는 식물 옆으로 곁방살이라도 하듯 토끼풀이 잔뜩 돋아나 있네요.

심지어 원래 심어둔 식물보다 더 씩씩하고 풍성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제가 꽃을 즐기던 그 식물의 이름은 알지 못하는데

이 잡초는 토끼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미움받는 식물들]이 있다는 사실, 아세요?

지금 소개할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인간들에게 하등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눈에 띄기만 하면 원수를 만난 듯 눈에 불을 켜고 제거되기에 바쁜 비운의 식물들이랍니다.

도대체 어떤 식물들이 그토록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있는 걸까요?

저자인 존 카디너는 30년 넘게 잡초를 연구해온 미국의 식물학자이자 원예작물학과의 교수입니다.

그는 식물과 인간의 상호작용과 사람들이 식물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잡초에 대한 연구와 탐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의 잡초와 인간에 대한 복잡하고 긴 관계에 대한 이력서와 같습니다.



책은 총 여덟 종류의 잡초를 소개하고 있는데 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 망초, 비름, 돼지풀, 강아지풀로 이뤄져 있습니다.

저에게는 민들레랑 비름, 강아지풀이 익숙한 잡초네요.

사실 민들레가 왜 잡초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낯익은 식물 때문이기도 하지만 길 위에 홀로 피어난 꽃송이를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고 솜털 같은 홀씨를 입으로 훅 부는 즐거움도 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정겨운 식물을 미국의 잔디가 딸린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아주 질색을 한다고 합니다.

어째서인지 민들레를 발견하면 경악과 동시에 제거 작전에 돌입한다고 하네요.


평평한 좌엽에 둘러싸인 그 노란 꽃은 어찌 된 일인지

사람들의 지위나 체면을 자극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귀한 시간과 에너지와 자원을 투입해,

심지어 건강과 안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민들레를 없애고자 했다.

<민들레> 中에서


각 식물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장에는 해당 식물에 대해 삽화를 곁들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식물의 학명과 원산지, 생존 전략, 싫어하는 사람과 식물의 대응 수단에 등등을 

흥미로우면서 유머러스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베가위드의 인간에 대한 대응 수단은 '제초제를 뿌리고 기도하기 spray-and-pray'로

라임이 느껴지는 재미가 있네요.




책에서 소개되는 식물은 발생과 생장, 번식의 경로, 인간과의 관계, 잡초가 된 원인과 이유,

그로 인해 파생된 환경의 변화와 제초제의 발달 등에 대해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두툼한 책 두께와 생각과 달리 사진이나 삽화가 전무한 책 속 내용을 훑어보고는

책장을 펼치기가 조금 주저 되었는데 의외로 저자의 재치 있는 문장들과

잡초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잡초를 응원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개발되고 있는 제초제에 맞서 힘겹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잡초들을 보면서

인간이 과연 잡초를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고요.

독하디 독한 제초제가 과연 잡초에게만 영향을 끼친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네요.

인간과 잡초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잠시 고민해보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그토록 영리한 존재이면서도,

새로운 관점을 취하고 목표를 바꾸고

연관 관계를 파악하고 자연의 유지 능력을 이해하고,

그러한 인식 아래 다른 방식으로 (잡초와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찾을 생각을 전혀하지 않는다.

<비름> 中에서


가을이 깊어지는 어느 저녁 시골집 강아지와 산책을 다녀오니

털에 온통 도깨비바늘을 잔뜩 붙이고 있네요. 떼어내기가 여간 성가신 녀석입니다.

하지만 이건 이 잡초만의 생존 방식이지요.

도깨비바늘을 떼다 버린 그 자리엔 내년에 마치 도깨비처럼 불쑥 노란 꽃을 피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화분에 피어난 토끼풀 또한 저에게는 식물로 느껴져 뽑지 않고 내버려두었습니다.   

잡초에게도 이름이 있어요.

단지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죠.

이 책에 나온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어디서나 보는 잡초들 역시 쓰일 데가 분명 있을 겁니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죠.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한 이야기하는 [미움받는 식물들]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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