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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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어집니다.

우연이 겹치고 겹치면 필연이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신의 장난인지 서로 모르고 있었더라도 우리는 건너 건너 서로를 알게 될 때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영원히 모르고 끝나버릴 때도 있지요.

지금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이 그럴지도 모릅니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은 그런 알듯 말듯한 연과 연이 닿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마법 같은 이야기는 벚나무 가로수길이 끝나는 강변의 작은 카페 마블에서 시작됩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마블 카페를 찾는 여성 손님은 늘 코코아를 시킵니다.

손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마블 카페 점원은 이름 모를 그녀에게 코코아 씨라는 별명을 붙이죠.

그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곧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워킹맘에게 이어지고

또 워킹맘의 자녀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의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의 친구 등등 이어지고 이어지면서

이야기의 무대까지 도쿄에서 시드니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리고 시드니에서의 인연들이 우연처럼 겹치고 겹쳐 처음 이야기의 시작인 마블 카페로 연결되죠.

모든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오래된 인연이기도 하지만 잠시 스치듯 지나가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다들 따뜻한 코코아처럼 달콤한 미소를 띄우는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마치 오 헨리 단편소설들처럼요.

삶은 인연들이 부딪히며 빛을 내고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하나가 라이브다.

시행착오를 하고, 몸으로 부딪치며 맞는지 어떤지 모르는 정답을 계속 찾아간다.

날마다 쑥쑥 소리가 날 듯이 자라나는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과 마주하면서 아마 나도 자라고 있을 것이다.

<자라나는 우리 Pink/Tokyo> 中에서



특이하게도 이 소설집의 12가지 이야기들은 각각 한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이틀인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을 연상하게 하는 색깔은 무엇일까요?

바로 갈색 Brown이죠.

좋아하는 색깔이나 늘 염두에 두고 있는 색깔이 내 삶을 물들인다면 어떨까요?

지금의 저라면 한여름의 바다물빛과 같은 쪽빛이 떠오릅니다.


붉은 실.

그것은 새끼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잇는 미미한 한 가닥 실이 아니라,

서로의 몸속을 달리는 피를 말하는 게 아닐까.

미리 묶인 선을 손으로 더듬어 당기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가며 각자의 몸 속에 맥맥이 흐르는 붉은 실을

서로 공명하는 것이다.

그런 특별한 상대를 사람들은 계속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남 Red/Sydney> 中에서


신혼여행을 떠난 신혼부부가 시드니에서 만난 은혼의 부부를 보며 신부는 생각합니다.

인연의 상징인 붉은 실은 사실 각자의 몸 속에 흐르는 붉은 피의 떨림이 아닐까하고요.

그런 떨림이 있는 상대를 찾아서 울림있는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요.

이 이야기 속엔 신비로운 인물 '마스터'가 등장합니다.

그의 존재가 이야기 속의 누군가를 빛나게 만들지요.

그가 누구인지 어떻게 활약하는지는 작품에서 만나기 바랍니다.

짧은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마침내 치유로 이어지는 소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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