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발칙한 소설을 보았나?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을 읽는 내내 숨을 삼켰습니다.

적나라한 묘사와 낯 뜨거운 표현이 등장하는 이 빨간책(?)을 혼자일 때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싶네요.

지하철에서라면 책꺼풀을 씌워 놓고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영국에 사는 인도 이민자들입니다.

영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인도의 관습과 관례에 따라 사는 인도 사람들의 이야기죠.

인도는 사실 여성의 인권과 지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힌두교의 율법에 의해 여성은 남성의 부속물로 여기며 조혼의 풍습으로 강제혼이 만연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 억압된 여성들의 삶이 현재도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제목에서부터 위험한 느낌을 풍기는 이 작품은

단순히 영국이 배경이라는 말에 영국에 사는 고지식한(?) 과부들이 모여 야설을 읽는 독서 모임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을 전혀 빗나가고 말았네요.


우선 주인공인 니키는 인도계 영국인으로 대학을 중퇴한 뒤 펍에서 일하는 22세 여성입니다.

어느 날 중매 결혼을 원하는 언니 민디의 이력서를 붙이러 영국의 가장 큰 힌두사원 사우스홀에 갔다가

여성 전용 글쓰기 강좌의 강사 모집 글을 보고 강사에 지원하게 됩니다.

한편 영국에서도 인도의 풍습을 따르는 여성들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글쓰기 강좌를 개설한 쿨빈더는

사랑하는 딸을 1년 전 잃은 여성입니다.

인도인이지만 영국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란 니키와 인도에서 살다 이민 온 쿨빈더는 입장의 차이를 보이며

반목하지만 결국 글쓰기 강좌를 개설하게 되죠.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 인도 과부들이 등장합니다.

단순히 영어 알파벳과 파닉스 수업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니키의 예상을 뒤엎고

그녀들은 스토리텔링 수업을 원합니다.

6, 70대부터 3, 4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과부들은 그녀들이 가진 성적 판타지는 놀라울 정도죠.

어쩌면 밤의 잠자리에서까지 정숙함을 강요받고 억눌러왔던 여성들이기에

더 과감하고 더 음란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수업 한정이었으나 영원한 비밀은 없듯 하나 둘씩 인도교민 사회에 퍼져나가고

소문을 듣고 더 많은 여성들이 수업에 찾아올 지경에 이릅니다.

그로 인해 과부들의 연대감은 더욱 깊어지고 여성들은 자신들이 가진 힘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이 야설 클럽은 그녀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과부들이 생각났다.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채로 먼 길을 떠나왔는데,

오고 난 후 알 수 없는 것이 더 많아진 그녀들.

그들에게 영국은 곧 더 나은 삶을 의미했기에 치열하게 매달렸지만

삶은 생각과 달랐고, 그들은 내내 외국인으로 남았다.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中에서


일찍이 유교 사상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나라도 성性문제는 숨기거나 도외시 당해왔습니다.

그래서 더 은밀하고 더 비밀스럽게 취급되어졌지요.

특히 여성들에게 순결을 강조했고 정숙하기를 강요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마치 청소년 시절 부모님 몰래 읽었던 할리퀸 로맨스를 읽는

스릴이 느껴졌네요.  

어쩌면 이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혼자 얼굴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군요.

인도에는 인류 최고(最古? 最高?)의 성애론서 <카마수트라>가 있었지요. (웃음)

그래서 좀 더 인도 여성들은 에로틱한 표현이 가능했구나, 싶습니다.


반란은 꿈꾸지만 단숨에 전복 시키지 않고 스며들듯 조금씩 변화 시키는 여성들의 힘,

그것이 여태껏 남성들이 세워 놓은 규칙과 규율을 무너뜨리는 여성들만의 방식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음담패설이 아닌 여성들이 꿈꾸는 변화와 자유로운 세상을 담아낸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을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