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아프리카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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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은 단순한 필기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펜들과 달리 지우개로 지울 수도 있고 손으로 문지르면 번지기도 하는 자기 주장이 없는 필기구죠.

글씨를 쓸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연필의 역할은 보조에만 그칠 뿐이라고요.

그래서 연필이 가진 이점을 잊고 있었네요.


[스케치 아프리카]는 연필이 가진 최대의 장점을 드러낸 책입니다.

쉽고 빠르게 한순간을 포착하여 생동감 있는 장면을 그려낸 것이죠.

저자 김충원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제법 유명한 미술작가입니다.

저는 김충원 작가를 '김충원의 미술교실'이란 색연필 광고로 아직도 기억합니다.

저자는 대부분 학습만화를 그렸지만 미술기초 안내서 시리즈와 컬러링북도 여러 권 출간했습니다.

[스케치 아프리카]는 2001년 진선출판사에서 발간한 <김충원의 아프리카에서의 30일>의 개정판입니다.

2006년에도 같은 출판사에서 2022년판과 같은 제목으로 개정되어 나왔으니 벌써 20년이 지난 책이네요.

그럼에도 이 책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없는 것은 그림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금방 현장을 찍어내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래지는 사진과는 달리

그림은 화폭에 담아내는 순간 함께 그 흐름이 영원히 그곳에 머무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아프리카 여행의 여정에서 만난 동물과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화폭에 옮겼습니다.

그림 한 장 한 장 볼 때마다 작가가 얼마나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봤는지 느껴집니다.




또한 표지에서도 드러나듯 얼룩말과 누가 함께 뛰는 모습은 연필 스케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동감과 활기가 넘쳐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작가는 낮 동안 여행길에서 만나는 풍경들을 연필로 빠르게 스케치하고 숙소에서 머무는 밤에는

수채물감으로 채색을 입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 등장하는 삽화 한 장 한 장이 그냥 보아 넘어가지 않습니다.



또 작가가 그림을 그리게 된 경위나 그림 속 동물과 사람 이야기를 쓴 글을 읽고

다시 한번 그림을 들여다보면 마치 그림이 움직이는 착각이 들기도 하네요.

20년 전 아프리카를 본다는 건 이런 느낌인가 싶기도 합니다.


자연의 사이클은 완벽에 가까운 재활용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은 곧 생명이고, 새로운 탄생을 의미한다.

<올두바이와 세렝게티 국립공원> 中에서


아프리카의 혹멧돼지 그림을 보면서 디즈니 만화영화 [라이온킹]에 등장하는

티몬과 품바의 품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아프리카의 초원에는 심바와 티몬, 품바가 뛰어다니고 있을까요?



사람들이 가진 수많은 재주 중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재주는 바로 '그림'입니다.

몇 번이고 열심히 시도해보았지만 남들이 그린 그림에 몇 번이고 좌절하고 말았지요.

[스케치 아프리카] 속에 표현된 동식물의 그림을 보면서 좌절보다는 감탄이 나왔어요.

어쩜 이렇게 단순한 선으로 이런 생생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면서요.

낡은 수첩과 몇 권의 스케치북으로 기억되는 [스케치 아프리카]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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