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아오키 가즈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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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잊고 있겠지만 어른들 안에는 어린아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어린아이는 어린 시절 받은 상처로 인해 잔뜩 웅크리고 있지요.

그러다 누군가가 그 아이의 상처를 건드리게 되면 아이는 울거나 화를 내거나 더 움츠러듭니다.

그 아이를 품고 있는 어른 또한 아이처럼 울거나 화를 내거나 숨어버리고 맙니다.

그렇지만 어른은 왜 자신이 그런 반응을 하는지 몰라서 당황하게 됩니다.

지금 내 안에 상처 받은 어린아이가 있다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해피 버스데이]는 어른이 되기 전에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선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엄마의 이유 모를 차가운 거부로부터 아빠의 가장으로서 책임만 다할 뿐인 무관심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은 열 한살 아스카는 생일날 오빠로부터 들은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란

말 한마디로 인해 목소리를 잃게 됩니다.

엄마로부터 도망치다시피 도착한 시골 외갓집에서 자연이 주는 따스한 격려와 외조부님의 사랑 속에

아스카는 겨우 회복하고 다시 집으로 그리고 학교로 돌아옵니다.

그때 아스카는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며 결심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겁쟁이인 제가 맹세한 표시예요.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잖아요, 화도 슬픔도 기쁨도 모두 소중히 하라고.

그렇게 하겠다고 저 맹세했어요.

<새로운 시작> 中에서



이사 가면서 전학한 학교에서는 한 아이를 상대로 왕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예전의 아스카라면 그런 상황에 위축되어 숨죽여 지켜 보고만 있었을 테지만

아스카는 용기를 내어 그 친구를 구해내고 결국 반 아이들의 마음까지 돌립니다.

또 학교와 이웃한 특수학교에서 만난 중증장애아 메구미와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되지요.

그렇게 아스카가 변화하고 있는 사이 아스카의 오빠 나오토 역시 아스카의 영향을 받아

모범생이었던 학교생활을 청산하기로 결심합니다.

이해가 안된다며 극구 만류하는 부모님과는  오빠의 결심을 힘껏 응원해주는 아스카.

나중에 나오토는 할아버지에게  아스카의 말 한마디 덕분에 바뀔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아스카가 이런 말을 했어요.

인간은 매일 변해간다고, 변하기 위해 공부하는 거라는 의미의 말을

당연한 것처럼 말했어요.

그때 갈 길을 바꾸자고 결심했어요.

<남매> 中에서


그렇지만 변화 속에서도 늘 좋은 일만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아스카는 사랑하는 외할아버지와 친구 메구미의 죽음으로 인해 상실의 아픔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아이의 성장 과정 속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지요.

상실의 아픔을 충분히 애도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생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성숙해집니다.

소설은 이 과정을 통해 엄마와 아빠의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상처 입은 어린아이를 발견합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아스카의 열 두번째 생일입니다.

이날 아스카에게는 어떤 놀라운 사건이 일어날까요?



작가인 아오키 가즈오는 일본의 교육카운슬러이자 법무성 인권옹호위원의 어린이 인권전문위원으로

현재 요코하마시에서 어린이와 부모, 교사에게 상담 및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상담실에서 대하는 '아이의 문제'가 실은 우리 '어른의 문제'임을 깨닫고

소설 속 아스카와 나오토를 통해 그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책은 일본에서 1997년에 출간되었음에서 여전히 주변에 이러한 문제를 흔히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아직도 우리의 상처를 바라보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엄마로부터 존재를 부정 당한 아스카의 엄마 시즈요가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외면 당했던 것처럼요.

저 또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저마다 상처를 가진 아이들과 어른들의 이야기가 마냥 남의 이야기 같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내 안의 어린아이를 안아주고 싶은 책 [해피 버스데이]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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