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 - 삶의 변곡점에 선 사람들을 위한 색다른 고전 읽기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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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바로 고전문학입니다.

종이책으로 구입한 고전 책들은 벽돌처럼 든든하게 책장 한 구석에 자리 잡은 후 낡아가고

어디서든 틈틈이 읽겠다며 50년 장기 대여한 전자책들은 벌써 몇 년이나 까먹고 있는지요.

그래도 올해는 매일 조금씩 <삼국지>를 윤독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읽기에는 마냥 어렵고 안 읽자니 어쩐지 아쉬운 고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는 어쩌다 오십에게 권하는 고전 속 인물 이야기, 삶의 지혜를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은 지난 2020년에 출간한 <내 맘대로 고전 읽기>의 개정증보판입니다.

고전이란 어쩌면 역사의 흐름을 빗대어 문학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에 살을 덧붙여 더 극적으로 만든 이야기, 혹은 인간의 상상력을 더하여

마치 진짜 있었을 법하게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꾸민 이야기처럼 말이죠.

그치만 왜 하필 '오십'이란 숫자를 붙였을까, 일견 궁금해집니다.


공자가 말한 대로 마흔에 불혹을 이겨내지 못해 거칠어진 마음부터

다스리는 것이 순서일 게다.

내 마음을 뒤흔든 욕심과 화, 어리석음을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사실 이런 마음의 독들이 몸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은

그 원인이 되는 씨앗이 마음에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니 이 '어쩌다 오십'에게 애당초 지천명은 언감생심이었으리라.

<저자의 말> 中에서


어른이 되면 다 알 줄 알았는데 무엇에 쫓기든 세월을 보내고 돌아보니 어느새 오십.

어릴 적에 오십은 세상을 다 살아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우뚝 솟은 태산 같은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나이가 코앞에 닥치고 보니 여전히 삶은 어렵고 관계는 두렵기만 하네요.

젊었다고 하기는 나이 들었고 늙었다고 하기엔 아직은 청춘 같은 오십,

어쩌면 생의 전환점에 서있는 지금이기에 더욱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책은 총 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양과 동양으로 나뉘어져 있지요.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시작으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까지 서양고전이라면

익히 들어왔던 책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동양은 중국의 '사기', '초한지', '삼국지'에 더해 한국의 '삼국사기'와 일본의 '일본서기'가 포함되어 있어요.

특이하게 각 고전들에 대한 내용은 줄거리 위주나 주인공 혹은 사건별로 전개하지 않고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경우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인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푸스 12주신이 아닌

신화의 시작, 근간이 되는 가이아의 등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또한 성경의 <구약>과도 비교하며 천지창조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창조자와의 결별은 모두 공간의 분리로 나타난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새로운 공간을 열면서,

<구약>은 창조자의 공간에서 추방되면서.

그래서 신화는 새로운 공간에서 홀로서기의 도전이 이어지고,

<구약>은 원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역사로 이어진다.

<천지창조와 신화시대, 그리스 로마 신화> 中에서


저는 현재 <삼국지>를 읽고 있는지라 '그리스 로마 신화' 다음에는 바로 '삼국지'로 넘어갔는데요.

여기서는 '삼국지'의 초반에 등장하는 인물인 하진, 원소, 동탁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보통 '삼국지'는 조조,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등의 걸출한 주연들이 있음에도 말이죠.

그저 주연들의 활약을 빛내주기 위한 조연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인물들을 이렇게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앞으로 삼국지를 좀 더 진지하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거리를 챙기는 것을 리더십으로 여겨 세를 불리면 불행해진다.

간단한 구분법이 있다.

적어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대의가 있어야 당파다.

전리품이 없을 때도 따를 수 있어야 리더십이다.

<중국 고대사 에필로그, 삼국지> 中에서


늘 <초한지>의 유방과 항우에 대한 궁금증이 일면서도 쉽게 읽지 못했는데

항우와 유방이 아닌 그들의 참모인 범증, 소하, 장량, 한신 이 네 인물들을 조망함으로써

'초한지'의 내용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물의 소개만으로 충분히 고전문학을 파악할 수 있답니다.

그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이란 걸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고전문학이 조금 어렵다면 먼저 그 책에 대한 배경이나 인물을 설명해주는 책을 읽어보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서양문학의 경우 고전문학을 배경으로 한 미술 작품도 많기 때문에 미술 작품을 해설한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네요.

조금은 낯설지만 그래서 색다른 고전 읽기에 도전하게 해주는 책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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