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최고의 상태 - 인생의 통증에 항복하는 삶의 기술
스즈키 유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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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알람 소리에 반쯤 감은 눈으로 무거운 몸을 일으킵니다.

바깥은 어두운 밤중이고 세상을 고요하기 짝이 없습니다.

차가운 물 한잔을 마시며 잠이 덜 깬 상태로 멍하니 어둑한 창밖을 바라보노라면

잠시 동안 명상 아닌 명상의 상태로 접어들게 되죠.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왜 고통스럽게 잠을 이겨내고 깨어나 여기에 앉아 있는 걸까?'


[무, 최고의 상태]에서 프롤로그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 이런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인생은 고苦다."

네, 못 먹어도 Go아닙니다.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 싯다르타가 남긴 말이죠.

인생은 고통스럽고 괴로움으로 가득 찼다는 뜻도 아닙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고苦는 허무함, 불쾌함, 불안함 등 여러가지 부정적 감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 문장을 읽고 조금 거부감이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도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새빨갛게 상기된 채 울음을 터트리니까요.

미소 지으면서 태어나는 아기는 없어요. 방긋방긋 웃으며 지내는 것은 그 다음의 일입니다..

저자는 인생에서 느끼는 괴로움은 어떤 현상인지 그리고 온갖 괴로움의 공통점을 찾아내어

보편적인 대책을 세워보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여기서 보편적 대책은 우리의 정신 기능을 최고의 상태로 이끌어주는 방법이라고 하네요.


최고의 상태란

우리 안에 내재된 판단력, 공감력, 호기심

같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

<여는 글> 中에서


책의 1장 자기自己는 부정적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부정적 감정을 멀리 하라거나 나쁘게 보라는 이야기가 아닌 두려움, 부끄러움, 슬픔, 우울 등

그저 감정 그 자체로만 바라보라는 것이죠.

우리가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의 니즈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안전하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할 때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하게 되는 것처럼 부정적 감정의 자기自己는 생존용 도구입니다.



2장 허구虛構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오류를 범하게 되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뇌는 단박에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를 받아들인 인간은 취약성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의 자기는 다른 사람과의 이야기가 섞이는 가운데

윤곽이 그려지고 제각각의 스토리에 따라 유연하게

형태를 바꾼다. 이와 같은 모든 상황은 자지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야기의 틈새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허구이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찾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 中에서


이런 까닭에 인간은 3장 결계結界를 통해 정신적 심리적 방어선을 만들게 되는 것이죠.

4장에 등장하는 악법惡法을 통해 우리의 괴로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5장 항복降伏은 괴로움苦에 맞서는 방법을 찾아내고 활용하는 기술에 대해 알려줍니다.

 

인생의 통증에 맞서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통증에 항복할 여유가 생겼을 때

우리는 똑바른 백성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큰마음 먹고 항복하자> 中에서


'항복'이란 단어에 거부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저는 데비이드 호킨스의 <놓아버림>이란 책을 읽고

'항복'에 대해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내 안의 자기自己에 대한 저항을 멈추고 놓아버리는 것"

내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저항할수록 감정에 더 깊이 빠지기 마련이니까요.

6장의 무아無我는 최고의 상태에 이른 것을 뜻합니다.

무아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지혜智慧를 얻게 되어 어떤 상황에 직면해도 불안해 하지 않고

타인의 심리를 잘 읽는 사람이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물론 여기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리겠지요.

하지만 노력해 볼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적어도 '나'의 중심에 내 감정을 두지 않고 '나'를 세워 놓고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저의 지인은 넓은 평수의 새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을 꿈꿨습니다.

그리고 은행의 도움으로 마침내 그 꿈을 이루었지요.

넓은 새 아파트에 새 가구와 새 가전을 가득 채우고 뿌듯해 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몇 달 뒤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당시의 생기발랄했던 그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 끼어있더군요.

새집으로 이사 가서 몇 달 반짝 좋더니 그 다음은 별 감흥이 없다나요?

오히려 매달 납부할 대출금과 이자로 쪼들려서 힘들다, 하소연했습니다.

저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그 좋았던 몇 달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했을 거라고요.

지불한 돈 만큼의 기쁨을 몇 달 동안 누렸던 것이라고요.

이렇듯 행복은 금방 지나가고 괴로움은 오래도록 삶을 힘들게 합니다.

앞으로도 그는 그곳에서 살아갈 것인데 새 집으로 이사했을 때의 기쁨을

다시 얻으려면 그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인생이 괴로운 모든 이에게 건네는 마음 사용 설명서 [무, 최고의 상태]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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