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공감 - 정신건강을 돌보는 이의 속 깊은 사람 탐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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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사람들의 교류가 멈춰버렸습니다.

친분있는 사람들과 '밥 한번 먹자'는 말은 뻔한 거짓말을 넘어 금기어가 될 지경이었지요.

관계 안에서의 교류가 끊어지니 사람들은 자신과의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자신 안의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인지 '마인드풀니스'과 같은 심리학이나 뇌의 신비를 밝히는 뇌과학 서적이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우리의 감정과 생각은 마음에 있는 걸까요, 뇌에 있는 걸까요?


[겸손한 공감]은 정신건강을 돌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 박사의 저서입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변화를 받아들였을까요?

사람들과의 교류가 끊어지니 '나만 이렇게 힘든 건가, 나만 이렇게 불안한가?'하는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입니다.

물론 책 속의 모든 이야기들이 내담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 것은 아닙니다.



신과 의사로서의 살아가는 나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기도 하였고

내담자들의 사연들 또 불안과 우울, 상처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픈 마음 공부도 있습니다.


마음이 성장한다는 건 상상력과 용기가 커진다는 뜻이다.

굳이 상담을 받지 않더라도 책 읽으며 상상력을 키우면

그것이 심리치료다.

약을 먹지 않더라도 용기를 키울 수 있는 그 무엇이라도 행하면

그것이 바로 치유다.

<심리치료의 목표> 中에서


마음이 불안하거나 공허할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가고 있는 남들을 볼 때마다

자신이 잘못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집니다.

그럴 때 정신과 상담으로 자신의 성향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상담으로 고쳐지지 않는다고 답하죠.

그럼 왜 상담을 받아야 하냐고 묻는 내담자에게 저자는 이런 답을 줍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가는 것,

자기에게 어울리는 목표를 찾는 것,

그리고 그것을 향해 헌신하는 태도를 기르기 위함이죠.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안 된다고,

인생은 끔찍하다고 원망하지 말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죠.

<우리는 불완전하다> 中에서


저는 오래도록 직장생활을 해왔던 터라 마지막 퇴사 이후 주변에서 걱정했습니다.

늘 일하던 사람이 일을 손에서 놓으면 어딘가 고장나기 마련이라고요.

사실 한동안 뭔가 진정이 안되고 안절부절하던 시기가 있기는 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한가해도 되나? 뭐라도 해야하는 거 아닌가?'라면서요.

바쁘지 않고 심심하게 사는 건 '죄악'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다음 글을 읽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심심함은

"오롯이 나의 영혼이 기뻐할 일을 하라"

고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다.

일과 상관없이 영혼을 살찌울 수 있는 활동이라면

뭐든 좋다.

<심심함을 사랑하기>中에서


지금 열심히 제 영혼을 살찌울 활동들을 하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감정을 통제하고 있나요, 아니면 휘둘리고 있나요?

우울과 불안, 혐오와 분노, 외로움과 공허가 찾아오면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건 마음에서 열이 나는 것이다.


이렇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빨리 해소시키려고 애쓰기 보다

"그렇구나"하고 자기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인정해주어야 남들의 위로와 응원이 귀에 들어오는 법이라네요.

상담을 받지 않았는데도 마치 정신과 의사선생님과 마주 앉은 기분이 드는 책입니다.

특히 3장의 <우울, 불안, 상처로 힘든 이들에게 전하는 말>은 현재 그런 마음상태에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른 부분들보다 먼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팬데믹 시대에 집콕만 하던 저에게 많은 위안이 되어주었던 것은 반려식물들이었습니다.

매일 물을 주고 돌보다보니 어느새 제 마음에도 초록빛으로 물들었죠.

책에서도 자연과의 접촉은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감소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좁은 실내에서 머물지 말고 시선을 들어 창밖의 초록을 찾아보거나

책상 위에 작은 화분 하나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초록으로 마음을 찐하게 물들이며 엔데믹 시대를 맞이해보면 어떨까요?

정신건강을 돌보이는 이의 속 깊은 사람 탐구서 [겸손한 공감]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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