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10주년 한정특별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시간이 약이다!"

쓰라린 실패와 힘든 시련, 잊지 못할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던지는 흔한 격언입니다.

실제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도저히 이해 못할 대사이기는 하지만

막상 그런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음이 있지요.

시간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이라는 말은 어떤가요?

코어운동 중 가장 기본적인 플랭크 자세 60초와 유튜브 1분 쳐다보는 시간은 서로 다르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은 똑같죠.

지금 보내고 있는 당신의 시간은 어떤가요?


[시간을 파는 상점]은 꼭 10년 전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주관한 제1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본 작품은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연극으로도 공연되었습니다.

이 책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10년 전의 저는 읽어보지 못했기에 특별판으로 재출간된 작품을 만났습니다.

주인공 백온조는 여고생으로 알바를 통해 시간이 돈으로 환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만약 시간에 가치를 둔다면 그 가치가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한 마음에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이름을 달고 인터넷 카페를 개업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사갈까?

사람들마다 그들 앞에 놓인 시간의 모습은 그들의 수만큼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만날 시간도 그들의 다변적인 모습만큼 다채로울 것이다.

시간을 판다...... 생각할수록 묘한 끌림이 있었다.

<축 개업, 시간을 파는 상점> 中에서


심부름센터와 같은 도움을 통한 단순한 시간 단축의 개념이 아닌 '시간'에 두는 의미와 가치에 따라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이 온조의 철칙이지요.

그리고 들어온 첫 번째 의뢰는 온조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이 일으킨 도난사건이었습니다.

선생님이나 경찰을 부르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건만 온조가 도와야 할 '시간'은 무엇일까요?

그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도움이었던 것은 아닐까 나름 답을 내려봅니다.

이 도난사건은 작품의 중심 줄거리로 그 밖에 온조는 카페를 통해 시간이 없는 발신인이 부탁한 편지 전달과

한 일가족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짚어가는 의뢰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시간들을 찾아갑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온조의 친구들이 겪게 되는 갈등과 고민, 화해 등이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어요.

도난사건의 범인이었던 아이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남겼을 때 온조의 친구인 난주가 남긴 말이

저는 참 인상 깊었습니다.


죽는다고 해서 다 죽냐? 그럼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

우리 외할머니는 코가 닿에 닿도록 허리가 고부라졌는데

매일 아침마다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는데, 난 그렇게 안 들리더라.

살고 싶다, 살고 싶다, 더 살고 싶다 뭐, 그렇게 들리더라.

그 아이도 분명 살고 싶다고 말한 걸 거야. 바닥을 친 거지.

참는 데까지 숨을 참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물 위로 올라와 살고 싶다고 말한 걸 거야.

<시간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中에서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합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갔고 미래는 아직 닿지 않았으니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라는 어느 현자의 말처럼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에 집착하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을 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되네요.


문득 드라마 <시그널>이 떠오릅니다.

"설마 거기도 그럽니까? 그래도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

[시간을 파는 상점]은 출간 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지금이 보입니다.

작품 속에서 흐르는 시간은 현실에서도 똑같이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물론 당시의 전자사전이나 PMP는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지만요.

아이들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화해하고 함께 웃으며 성장해나가는 모습만큼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저라면 온조에게 어떤 시간을 의뢰하게 될까요?

절망을 비워내고 희망으로 가득 채워줄 [시간을 파는 상점]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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