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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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은둔의 삶, 오롯이 혼자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사람들은 거리두기와 같은 비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며 이제 그 비일상마저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 혼자이기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곳곳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은둔의 삶을 꿈꾸면서도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어떻게 비칠까요?


근대 서양 역사의 석학이자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을 거쳐 현재 영국 오픈 대학교의 사회사 명예교수 재직중인

저자 데이비드 빈센트는 18세기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은둔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였으며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그 연구의 결실로 쓰여진 책입니다.

'은둔'이라는 단어는 왠지 신비롭고도 어두운 느낌을 주지만 이 명사 앞에 '낭만'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어딘가 감성적이고 감미로운 느낌이 듭니다.


혼자 있음은 일상을 벗어나 장기적으로 은둔하는 방식보다

압박감을 주는 생활에서 잠시 짬을 내는 방식이 더 흔하다.

다시 말해 혼자란 주위에 사람들이 있다가 없는 순간의 경험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생각한 사람들> 中에서


은둔보다 조금 가벼운 의미로 저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익숙하게 지내는 삶의 경계선과 나를 아는 사람들 속에서 벗어나 낯선 곳, 낯선 이들의 속에 사는 경험.

하지만 언젠가는 정해진 시간 안에 다시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여행이죠.

그에 비해 은둔은 삶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자신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곳으로 모습을 감추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가끔 혼자이기를 바라지만 끝까지 혼자이기를 원치는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그 시작을 '산책'에서 부터 출발합니다.

영국 시인인 클레어는 키츠의 시 <고독>을 통해 고독은 움직임의 과정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고독이여, 나는 그대와 걸으리



어딘가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혼자 걷는 길이 또한 고독의 순간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책은 시인 클레어의 일생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책은 여가활동, 혼자만의 방, 취미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고독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히 '6장 어느 전염병의 귀환'에서는 사회적 교류가 활발할수록 우울증의 발생빈도와 외로움이 커진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데 요즘과 같은 팬데믹 시대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평생 지속될 수 있는 상처는, 자녀가 어머니와 있는데도 외로울 때 생겼다.

부모와 친밀감이 부족하면 어릴 때부터 불안과 죄책감으로 상처가 깊어질 수 있었다.

생후 첫 6~12개월이 지나면 상처 회복이 몹시 어려웠다.

<'외로움'에 관하여> 中에서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고독은 나 자신 안에 자존감이 가득 채워진 상태여야 하며

외롭지 않아야만 비로소 진정한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오래전 어느 지인으로부터 "외로움 때문에 결혼하지 마라, 더 외로워지니까" 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홀로 걷는 동안에

우리는 우리의 우주를 찾는다.


책표지에 적힌 저 문장을 읽으며 문득 영화 두 편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그래비티, Gravity, 2013>과 <마션, The Martian, 2015>에 등장하는 각각 주인공들은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우주공간 혹은 행성에 홀로 남겨지게 되죠.

이들은 각자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고 결국 가족들이 기다리는 지구로 무사히 귀환합니다.

아무리 인간이 홀로 있기를 원하고 고독을 씹기를 바란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그의 주변에 언제라도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낭만적 은둔의 역사]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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