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감정 놀이 - 보이지 않는 마음과 놀이가 만나는 시간
신주은 지음 / 북스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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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출산과 함께 시작된 육아.

전혀 낯설고 만만치 않은 아이와의 새로운 인생을 출발은 처음부터 삐걱댔지요.

출산휴가 3개월 뒤 복직을 핑계로 아이를 친정어머니께 맡겼습니다.

친정과 살림집이 멀어 1년 간 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외조부모와 함께 보냈어요.

아이가 2살이 되던 해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지만 제 삶 속으로 아이를 받아들이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따라잡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던 시간들이었어요.


[내 아이 감정 놀이]를 읽으며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좀 더 일찍 이런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될까?' 하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어른들에게 있어 감정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드러낼 수 있는 범위가 좁고 표현하는 방법이 적습니다.

당장 감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분노, 기쁨, 즐거움, 슬픔, 괴로움...."

정말 손가락을 꼽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적다는 걸 깨닫게 되죠.

반면 아이의 감정 표현은 정말 다양하고 무궁무진합니다.

어디서 이런 표현들이 나올까 싶을 만큼 깜짝 놀라울 정도죠.

게다가 감정의 변화도 굉장히 빠르고 다이내믹합니다.

그러면서 깨닫습니다.

'아, 나 역시도 아이처럼 이런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겠구나.'

그런데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른들은 감정을 억누르고 지우는 방법을 연습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가 나중에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일에 대한 저의 반응은 '분노' 혹은 '우울'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려울 때도, 슬플 때도, 부끄러울 때도, 아플 때도 대부분 2차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화(Anger)'로 표현했던 경험이 많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이 부분은 엄마로서 알아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 감정 놀이]는 애써 찾는 것이 아니라 놀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걱정 상자> 그림책을 보며 걱정 주머니를 만들었던 아이의 기분이 되어 보았다.

이렇게 쉬운 말과 그림으로 된 '그림책'이라면, 그리고 '놀이'라면,

걱정 주머니에 걱정을 털어놓고, 웃고, 정리했던 그날의 경험처럼

아이의 마음속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의 불편한 감정이 어려운 엄마> 中에서


저자는 아이의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공감하면 좋을지 몰라하던 아이 스스로가 그림책에서 본 방식대로

놀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때까지 몰입하던 엄마표 영어를 미루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술교육과를 이수했습니다.

그래서 놀이는 주로 대부분 미술 재료를 이용한 미술 놀이입니다.

덕분에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집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놀이들이라 좋습니다.




또 책 속에 소개하는 그림책들도 대부분 최근에 출간된 책들로 평소 제가 눈여겨보고 구입하여

아이에게 읽어주었던 책들이라 반갑기도 하고 그림책을 또 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실 저도 지금 감정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최근에 깨달았던 감정은 '서운하다'라는 감정입니다.

'서운함'을 깨닫기 전까진 그 감정을 대체하는 흔한 감정으로 '짜증' 혹은 '원망'을 내세웠어요.

그런데 누군가가 그에 대해 "그게 서운했군요"라고 말하는 순간

'아! 이게 서운하다는 거구나!'하고는 사르르 눈 녹듯 마음이 진정되었어요.

저와 같이 아이가 감정을 잘 몰라할 때 곁에서 읽어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약 감정 표현이 서툰 부모라면 이 책 [내 아이 감정 놀이]를 통해 함께 찾아보면 어떨까 하네요.


아이들과 내 감정을 분리하니 좀 더 쉬웠다.

아이들의 감정은 아이들의 것이니 엄마인 내가 나서서

급하게 해결해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저 옆에서 아이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잘 회복할 수 있도록

아무 말 없이 안아주거나, 등을 쓸어주거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행동 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음을 매번 경험한다.

<공감이 빠진 자리에 남은 찜찜함> 中에서


아이가 일곱살이 되던 해 회사를 퇴직하게 되었는데 그 후 아기 때의 빈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아이는 늘 제 곁에만 붙어 지내고 있지요.

저는 아이를 키울 때는 다른 것은 몰라도 꼭 한 가지 만은 아이에게 해주었습니다.

바로 아이가 울 때 "울지 마, 뚝해, 그만 울어, 뚝!" 이라는 말은 쓰지 않기였죠.

대신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가 울면 안아주면서 화가 나거나 속상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감정을

읽어주면서 공감해주었습니다.

아직 그 공감이 아이에게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잘 표현하는 날이 오겠지요.

그때는 그저 아이를 안아주고 말없이 등만 쓸어주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과 놀이가 만나는 시간 [내 아이의 감정 놀이]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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