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그리다 - 예술에 담긴 죽음의 여러 모습, 모순들
이연식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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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하셨어요?'라는 아침 인사.

예전에는 그저 인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최근엔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제가 평화롭게 잠든 밤사이에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쟁이 터지고 사고가 일어나고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는 일들이 벌어지니까요.

아침에 눈을 뜨면 살아 숨쉬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함을 감사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죽음을 그리다]는 미술작품 속에 그려진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인물들, 신화와 종교 속의 인물들, 그리고 문학작품 속의 인물들이 죽어가는 모습,

혹은 죽음을 맞이한 장면을 그린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죠.

사실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꽤나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들어서 입에 잘 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삶보다 죽음이 더 극적인 경우가 많기에 그만큼 더 흥미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네로는 "아, 하느님, 이제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하고는 파트라슈를 껴안고

성당의 돌바닥 위에서 식어 갔다.

작은 영혼, 네로의 마지막은 경이로웠다.

<네로의 마지막 소원> 中에서


루벤스의 그림과 관련한 일화로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와 연결한 점이 흥미롭네요.

실제로 제 동생은 이 만화 작품 마지막회에서 네로가 파트라슈를 끌어안고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엄청 울었던 일이 기억납니다.

명화 속에 나타난 죽음들은 그저 그림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가까이 죽음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삶의 다양한 모습만큼이나 죽음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이 되고 있지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잠이 들듯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이 잃어가는 요즘 사람들은 오히려 죽음을 애써 외면하려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가 죽음의 두려움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일까요?


'죽음에는 의미가 없다' 죽음은 죽음 그 자체다.

우리가 애써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죽음은 사라짐이고, 죽음의 의미조차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우리는 죽음 뒤에 남겨진 것을, 한때 살아 곁에 있던 존재의 흔적을 붙들 뿐이다.

<죽음을 그리다> 中에서


책 속에 실려있는 풍부한 그림과 사진 자료들이 이야기와 함께 곁들여져 있어서

한층 더 눈길을 끕니다.

또 새롭게 죽음에 대한 저자의 깊은 사유와 명쾌한 설명은 책의 읽는 재미를 더해주네요.

죽음을 그린 그림에 대한 이야기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유쾌함이 담겨 있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격언은 보통 범죄현장에 많이 쓰이죠.

죽음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확실한 것은 살아가는 이들의 끝엔 언제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죽은 이는 죽음 너머의 것을 볼 것이나 산 자로서는 죽음의 세계를 알지 못하듯

죽은 이 역시 자신의 죽음 이후 남은 사람들이 살아갈 생의 나날들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예술에 담긴 죽음의 여러 모습과 모순을 이야기하는 [죽음을 그리다]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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