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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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날마다 산책하며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풀들이 자라나는 걸 보며

새롭게 마음을 다지고 새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어느 따뜻한 봄날 작은 화분 3그루를 반려식물로 맞아들였어요.

햇볕과 물 약간의 바람을 쐬어주니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식물에게서 위로를 받는 요즘입니다.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라는 다소 특이한 제목의 교양서적을 읽게 되었습니다.

시체와 식물학자라는 생소한 조합에 호기심이 동하고 말았네요.

특히나 '식물'이라는 단어가 요즘 눈에 띄는터라 내용이 정말 궁금했습니다.


나는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식물 표본실 큐레이터다.

이제 나는 사무실 전화기가 울릴 때마다 괜한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디서 사건이라도 하나 터졌나?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中에서


저자의 직업은 런던의 법의식물학자이자 식물학 컨설던트입니다.

우연히 사건현장의 식물학자로서 감식을 의뢰받은 것을 계기로 본격 법의식물학자가 되었다고 하네요.

법의식물학자라니 범죄수사의 본고장 영국답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식물맹 plant blindness'라는 단어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식물맹이란 식물이 우리 삶에 항상 존재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이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태

즉 주변 어디에나 흔하게 존재하기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눈여겨보지 않는 상태, 저는 이렇게 해석되네요.

그렇기에 식물이야말로 말 없는 목격자이자 언제라도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제보자일 수도 있습니다.


일부 블랙베리덤불은 사람들이 많은 곳과 범죄가 저질러지는 곳에 흔하다.

(중략) 블랙베리덤불은 이런 환경에서 잘 자란다.

영양분을 크게 탐하는 종이고, 인간이 공급하는 과잉의 영양분은

이 덤불의 입맛에 잘 맞는 것들이다.

<블랙베리덤불은 시체를 먹고 자란다> 中에서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라서 뭔가 스릴러적인 요소나 추리소설같은 면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면도 없지 않았지만 역시나 교양서적에 충실한 내용이라 조금 아쉽습니다.

대신 영국의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책속에 등장하는 식물들의 삽화도 있지 않을까 조금 기대했지만 전혀 없습니다.

아마 책 읽는 내내 식물을 검색하느라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범죄의 현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어요.

살인의 마지막을 말없이 지켜보는 식물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무도 모르게 홀로 누워있는 시체 옆에는 위로하듯 그를 지키는 식물이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법의학의 새로운 과학을 담은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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