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이지환 지음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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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미국의 의학드라마 <닥터 하우스 House M.D.>를 재미있게 시청했어요.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제가 셜록 홈즈의 팬이었거든요. 

닥터 하우스는 진단의학과의 과장으로 질병을 앓는 환자가 찾아오면 병의 원인을 밝히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환자의 집을 불법침입하고 환자싀 신상정보를 캐내기 위해 탐문하면서

추리를 거듭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의학과 추리라는 흥미로운 요소를 결합한 터라 꽤 즐겁게 시청했지요.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은 굉장히 독특한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설 같은 제목을 가진 이 의학관련 교양서적은 바로 의학과 추리를 결합한 내용으로 꾸며져있어요.

저자는 건국대학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한 골절 진단법을 통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증세를 '강직성 척추염'으로 추측한 내용을 발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의학은 한 편의 추리이며 모든 의사는 홈스의 후배다"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그 정의대로 세종대왕, 가우디, 도스토옙스키, 모차르트, 로트레크, 니체 등등

당대의 유명인의 증세를 꼼꼼히 살펴보고 소거법을 통해 유사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을 배제함으로써

세간에 알려진 오해 받을만한 병명이 아닌 적절한 진단명을 찾아내죠.

마치 질병을 악질 범죄자처럼 여기고 추리를 거듭한 끝에 범인을 잡아내는 것처럼요.

그 과정이 너무도 흥미롭고 또한 거기에 보태어 위인들의 일생을 세세하게 짚어볼 수 있어

유익하고 유쾌하게 읽혔습니다.

또한 중간중간 첨부된 사진자료들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서 금세 읽어버렸습니다.(웃음)



한 사람과 그를 둘러싼 환경을 나누는 기준은 피부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의 피부에 흠집을 내고 수술 부위에 도달하는 행위를

'연다 Open'고 표현한다.

고통의 진원을 바로 보려면 외부 세계로부터 환자를 보호해 주는 피부를 열어야 한다.

열어야지만 고통을 제거할 수 있다.

프리다에게 붓은 의사의 칼이었다.

그녀는 붓으로 자신을 해체했고 내면의 고통을 캔버스에 열어 두었다.

<프리다의 다리> 中에서



'정확한 진단만이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

<닥터 하우스>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문장이었어요.

오진은 늘 환자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갑니다.

오진으로 인해 효과가 없는 치료를 진행하는 동안 병은 다른 곳에서 점점 깊어가니까요.

의학분야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질병도 많고

지금도 '코로나19'와 같은 낯선 질병이 대유행하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 또 어느 명석한 의사에 의해 '코로나19'의 원인이 지금보다 더욱

정확하게 파악되고 진단이 내려지게 되겠지요?

그때를 상상하면 이 책의 추천사와 같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적당히 유명해야지. 너무 유명해지면 죽어서까지 사생활이 털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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