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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 우리가 사소한 일에 흥분하는 이유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에바 분더러 지음, 김현정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8월
평점 :
분명 아무 일도 아닌데 불쑥 화가 치밀 때가 있습니다.
내 기분이 좋을 땐 흔쾌히 수락할 요청을, 매몰차게 단칼에 거절할 때도 있죠.
감정이란 구름과 같습니다.
하늘은 늘 맑지만 바람이 몰고 온 구름에 가려지는 순간 무겁고 어두워집니다.
그럴 때 '아~ 지금 구름이 지나가고 있구나'하고 생각하면 좋을텐데
구름 밖에 보이지 않으니 이제 푸른 하늘은 영영 볼 수 없겠다는 어두운 생각을 하고 말죠.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는 독일의 속담 '모든 모기를 코끼리로 만들지 말라'에서 따왔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저는 당장 '침소봉대 針小棒大'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만,
책을 읽어보니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모기'란 바로 '방아쇠trigger'를 뜻하는 심리적 증상을 말하는 것이고
'코끼리'는 모기가 일으킨 분노의 근본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분노가 일어나는 일에는 반드시 근본 원인이 있다는 뜻이 됩니다.
우리가 아주 사소한 계기로 매우 불쾌한 감정 상태에 빠진다면
이는 우리가 현재의 상황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과거와 현재에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누구나 막다른 골목이나 미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중에서
책에서는 모두 일곱 명의 사례를 통해 일곱 마리의 코끼리를 찾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상황은 비슷합니다.
'나의 존재와 나의 감정을 무시당했다!'
불안과 수치와 두려움과 슬픔의 모기는 대부분 2차 감정인 '분노'를 일으킵니다.
진짜 감정은 알 수가 없기에 불안할수록 부끄러울수록 두려울수록 슬플수록
가장 표현하기 쉬운 감정 분노가 일어나게 됩니다.
약점이 건드려지면 우리는 곧바로 자기 자신과 주변 세계가
이상하게 변화했음을 감지한다.
즉 모든 것이 자신에게 불리해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갖는 편협한 이미지'를 만든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자가 40여 년간 만나온 수십만 명의 내담자들입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죠.
화가 나는데 왜 화가 나는지 몰라서,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 그러면 힘들어서,
저자는 그들이 문제라고 말하는 '현재'에서 답을 찾지 않습니다.
내담자의 과거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답을 찾아냅니다.
저자는 이것을 '과거의 욕구 손상'이라고 부르죠.
부모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해 받은 상처라면 이해될까요?
때론 '나는 충분히 사랑받고 자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생각해보면 분명 깊이 자리한 상처가 있을 것입니다.
어른이 되면서 그것을 잊었거나 이해했다고 생각할 따름이죠.
책의 3장에 있는 질문들을 읽어보면 좀 더 잘 기억날지도 모르겠네요.

중요한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여기'가 중요하죠.
지금 나의 오래된 상처를 찾는 것보다 그 상처를 딛고 새롭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3장의 테스트와 4장의 약점 발견이 끝나면 5장의 해결책을 통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현재의 나쁜 기분은 과거에서 울리는 메아리다.
타인의 기대만을 수신했던 내면의 안테나를 끄자.
독일의 심리학자가 쓴 책이라서 조금 한국의 경우와는 사례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비슷비슷하지요.
저는 상담학을 조금 공부했다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 끄덕하며 읽었네요.(웃음)
이제 매일 아침마다 눈을 뜨면 먼저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해야겠어요.
(물론 이 질문도 책에 나옵니다)
"나는 오늘 나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를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