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와르와 미스 마플을 찾아서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셜록 홈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속 등장인물입니다.

친구는 아르센 뤼팽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늘 다투었지요.

서로의 캐릭터가 세계 최강이라고요.

애초에 홈즈는 탐정이고 뤼팽은 괴도이니 창과 방패같은 존재였건만...

전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만 심취한 나머지

모리스 르블랑의 뤼팽은 물론이고 에드거 앨런 포나 애거서 크리스티, 레이먼드 챈들러 등

주옥같은 고전추리범죄소설을 읽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는 저를 애거서 추리소설의 세계로 이끌어주었습니다.

우선 애거서의 소설에 대해서는 주인공인 괴짜탐정 에르퀼 포와로와 노처녀 미스 마플, 

그리고 <오리엔트 특급살인>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같은 제목만 알고 있어요.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최근까지 영화화되었지만 아직 보지 못했네요.

미스 마플의 경우 오래전 드라마로 만난 기억은 있지만 내용은 생각나지 않고요.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추리소설 작가라는 것만 알면

읽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오히려 역사학자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확대경을 통해

영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관습, 당시의 시대상을 시시콜콜하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생활상을 애거서 크리스 작가를 중심으로

그녀가 쓴 소설 속 배경과 등장인물, 대사를 통해 파헤쳐 보는 즐거움도 있지요.

애거서가 창조한 캐릭터들이야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법한 사람들이기에 훨씬 더 현실적이다.

애거서는 '악의 평범성'을 꿰뚫고 있으면서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저자는 탐정, 집, 독약, 돈, 병역면제 등 16가지 키워드를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를 만나고 그녀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추억을 공유하려 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생전 'B급 소설'로 취급 당했지만 작가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설에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녀의 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품 집필에 들인 노력이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이

참 안타까웠어요.

<오리엔탈 특급살인>의 경우 남편과 이혼 후 참담한 심정을 추스리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다

우연히 바그다드로 가는 방법 중에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애거서는 그 순간을 두고 "나는 평생 오리엔트 특급열차를 타고 싶었다"라고 기록한다.

닷새 후 애거서가 몸을 실은 오리엔트 특급은 이후 소설 속에서 푸와로가 탄 열차가 되죠.

비록 몸은 집콕이지만 책 속에 첨부된 풍부한 사진 자료들을 보면서

영국의 역사박물관을 한 바퀴 돌아본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출간된 계기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라는 악재 덕분이라고 해요.

자세한 이야기는 책 속에서 확인해보시면 좋겠네요.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를 읽고나니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읽어볼까하는

도전의욕이 생깁니다. (과연?)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신가요?

그녀와 그녀의 작품과 그녀가 창조한 캐릭터와 그녀의 나라를 만날 수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