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 고민 상담부 나의 괴물님 YA! 1
명소정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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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찍 결혼을 했더라면 지금쯤 한창 사춘기를 겪는 자녀를 키울 때지만

저는 아직 미취학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대세라는 MZ세대의 트렌드를 글로 배우고 있지요.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서로 다른 성향인 다른 세대를 알아간다는 건

어찌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세대차이'가 극명한 요즘이죠.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를 읽게 된 건 'MZ세대가 쓴 MZ세대를 위한 판타지'

라는 소개글을 보고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학창시절과 요즘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을 읽어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고민은 학업과 성적, 친구관계, 이성관계, 진로문제 등이네요.

오히려 모든 것이 풍족하고 선택의 기회가 많은 요즘이 더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엔 한참 어른인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권유대로 따르는 것이 순리였었는데

지금은 아는 것도 많고, 보이는 것도 많아서 더욱 고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진 MZ세대에 대한 저의 사담이었고요, 소설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표지에 그려져 있고 책 속에 등장하는 괴물 화괴는 이야기를 먹는 괴물입니다.

한자로는 화괴話怪라고 쓰는 거겠죠?

화괴에게 이야기를 먹히면 어떻게 될까요?

이야기를 먹힌 사람은 그 이야기를 영원히 잊게 됩니다.

오랜 세월 사람들 틈에서 살았기에 화괴는 인간의 형상으로도 변할 수 있지요.

신설된 기숙사형 고교의 도서부원이 된 세월은 어느 날인가부터

도서실의 책들이 점점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는 것을 알게 되고 범인을 잡기 위해 고심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책을 먹는 괴물 화괴와 마주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줄거리가 MZ세대답게(?) 참 스피드하게 진행되죠.

세월은 책 대신 화괴인 혜성에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먹어줄 것을 제안하고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고민 상담부'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화괴의 존재를 눈치챈 또 한명의 등장인물이자 무속인 희망자(?) 소원과 함께

고민 상담부를 운영하게 되죠.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들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어야만

화괴인 혜성이 먹어 치워줄 수 있습니다.


너를 위한 선택을 해.

과거도, 지금도, 미래도 모두 만족할 만한 선택을.

지금의 너만 만족할 방법을 선택하면

다른 시점의 네가 널 원망할 수도 있으니까.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中에서


기억하기 싫을 만큼의 고민이 있다 해도 그조차도 성장 과정의 일환이죠.

아이들은 그 고민들을 통해 고뇌하고 좌절하면서 그 상처를 딛고나서야 비로소 어른이 됩니다.

헤르만 헤세는 성장소설 <데미안>에서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하는 성장통을 겪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죠.

고통 없이는 결코 성장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과연 세월과 화괴인 혜성, 소원은 어떤 세계를 깨뜨리고 성장하게 될까요?

삽화가 곁들어진 청소년 소설을 오랜만에 읽으니 참 아기자기한 기분이 드네요.


이 책의 뜻밖의 재미는 작가의 말에 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을 [너의 이름을 먹어 줄게]라고 써놨거든요.

얼핏 일본소설을 제목을 얼기설기 엮어 놓은 느낌이라 저도 모르게

'엥?'하고 표지의 제목을 다시 확인했다는 건 안비밀입니다.

아직은 "엄마 사랑해!"라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짧은 팔을 잔뜩 벌려

와락 저를 껴안는 아이는 몇 년 후면 친구가 세상의 전부가 되겠지요.

그렇더라도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되고 싶네요.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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