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이은정 -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
이은정 지음 / 포르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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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어제와 같고 내일이 오늘과 같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7년째 쓰고 있는 한 줄 짜리 '10년일기장'을 펼치면 딱히 쓸 만한 한 줄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따분한 날들이죠.

6년 전 오늘, 3년 전 오늘, 1년 전 오늘을 읽어보니 지금과는 사뭇 다른 하루들입니다.

기록의 힘이란 참 굉장합니다.

잊고 있던 그날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을 보면요.

물론 정말 내가 이랬었나, 싶은 일기도 있지요.


[쓰는 사람, 이은정]을 읽으면서 '정말 이런 일상도 문학이 되는 구나' 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제목이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이었군요.

언젠가 한동안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달아 글 쓰는 방법을 담은

작법서들을 탐독했던 적이 있습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담아 누군가를 돕는 글을 쓰라는

말들을 많이 하더군요.

어떤 문제를 의식해야 할지 나만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어떻게 남을 도울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쓰는 사람, 이은정]은 그냥 쓰고 있습니다.

책의 한 꼭지인 <나의 변기는 흔들림이 없다>를 읽었을 때,

저도 모르게'어, 나도 이랬는데' 라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한쪽 나사가 헐거워진 변기 커버 때문에 그쪽 엉덩이에 힘을 주지 못했던 사연.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귀찮아서 내버려뒀다가 변기 커버가 부서질 듯 큰소리가 나서야

비로소 나사를 조였던 경험을 저도 했거든요.

아! 이거로구나.

비뚤어진 변기커버는 문제의식이었고 한쪽 엉덩이로만 힘준 건 나만의 가치관(?)

결국 나사를 조이면 해결된다는 도움을 주는 글쓰기.

이게 바로 글을 쓴다는 거구나, 저는 그렇게 이해했네요.(웃음)

글쓰기라는 건 이토록 평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라는 걸 쉽게 이해했습니다.

타이어, 붕어빵, 김밥, 뱀에 물린 개구리 등 주변의 사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다 글이 되는 거였어요.

사소한 것 하나라도 제대로 관찰하고 사유하고 그 속에서 끌어올린 통찰력을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쓰는 사람, 이은정]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쓰는 사람이다.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시나리오도 쓴다.

(중략)

지금은 읽고 쓰는 일이 내 인생의 전부다.

그게 전부라고 말할 수 있어서 너무 멋진 것 같다.


먹고 사는 일이 아무리 고단해도 살아있는 동안은 세상을 읽고

사람을 쓰는 전업 작가로 살겠다는 작가의 말은 단단하게 읽힙니다.


저는 읽는 사람입니다.

사람 사는 모든 일이 궁금해서 책을 읽고 신문을 읽고 세상을 읽습니다.

가끔은 쓰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제 기억에는 한계가 있기에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들을 씁니다.

그러므로 저는 읽고 쓰는 사람이 되겠네요.

10년일기를 쓸 때 가장 기대하는 것은 내년의 오늘을 살아갈 제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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