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 닭볏부터 닭발까지, 본격 치킨 TMI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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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차가운 바람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립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스쳐지나가는 낯선 남자의 옷깃에서 풍기는 낯익은 그 향기.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가득 퍼진 익숙한 그 향기.
저도 모르게 배달앱을 켭니다.
그리고 오늘의 치킨집 검색에 들어갑니다.
네, 전 아무리 배가 불러도 밥배와 치킨배가 따로 있는 치킨덕후입니다!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를 읽게 된 건 호기심이었지요.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불태이라는 손자의 병법처럼
치킨을 알고 닭을 알아야 제대로 치킨맛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치킨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책을 읽으면 절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닭의 해부도? 라기보다는 치킨의 골격표본이랄까요?
저자는 일본 조류학계의 빌 브라이슨이라고 불리는 삼림종합연구소 소속의 조류학자입니다.
치킨덕후이기도 한 저자는 닭볏부터 닭발까지 닭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습니다.
닭에 대한 연구라고 해도 닭의 기원이나 해부학적 분석, 진화적 고찰로 지루하게 쓰지 않았어요.
오히려 닭볏부터 닭발까지 본격 치킨TMI로 재밌고 알차게 채워져있습니다.
참고로 햄버거스테이크는 함부르크 스타일의 스테이크라는 뜻이므로 치킨버거를 직역하면 '겁쟁이 함부르크 시민'이 된다. (P11)
라는 문구에서 보듯 재치와 유머가 번뜩이는 그야말로 "치킨덕후가 쓴 치킨 더 맛있게 먹는 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뼈가 뭔지 아실까요?
닭의 차골이라고 하는데 전 이 뼈를 어떤 영화에서 인상깊게 봤어요.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남녀가 닭을 손으로 뜯어먹다가 여주인공이 이 뼈를 발견하고 상대남에게
이 뼈 양쪽에 새끼손가락을 걸고 부러뜨려보자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이 뼈가 한번에 부러지면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양쪽에서 잡아당겨 부러졌을 때 긴쪽을 갖게 된 사람의 소원이 이뤄진다고해서
위시본wishbone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렇듯 닭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저자가 일본인이라
일본의 닭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중간중간 일본만화 주인공이나 일본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비유로 많이 나와서 일본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에겐 재미가 반감할 수도 있어요.
또 저는 후라이드치킨이나 양념치킨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봤는데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다 읽고 나니 치킨이 먹고파서 책을 덮자마자 치맥했습니다.(웃음)
조류 역시 인간에게 작용하는 것과 똑같은 물리법칙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들은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늘을 날기 때문에 자신들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지구의 중력을 받으며 이곳저곳 날아다니려면 커다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P30)

닭가슴살에 대한 설명의 일부지만 왠지 의미심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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