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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과 한의학 - 신장판
김교빈.박석준 외 지음 / 아카넷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동양철학에 있어서 아는 사람은 왠만큼 아는 사람 김교빈 교수와 동의과학연구소 소장인 박석준 선생님, 기타 여러 분들의 논문을 모은 책이다.
책을 꼼꼼하게 읽진 않았다. 내용이 다분히 교과서적이거나 문제제기의 심도가 지극히 평범한 글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뭏튼. 이 책은 '한의학 연구의 근간이 될 주제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주된 내용이다. 그중 김교빈 교수의 '동양철학과 한의학 공동연구의 의미와 전망' 이라는 글과 박석준 선생님의 '한의학에 적용된 음양오행론의 특징' 이라는 글이 가장 돋보였다. '동의학 계통론과 인체경락의 과학적 근거가능성' 이라는 최종덕 교수의 글은 발제의 심도가 있어 보이긴 했지만, 왠지 사전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이해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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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빈 교수는 동양철학과 한의학의 역사적 상관관계를 통해 두 학문의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말한다.
'동양철학 연구자들은 전통적으로 형이상학적 논의에만 몰두하여 자연과 인간에 대한 구체적 탐구를 잃어버렸으며, 반대로 한의학 연구자들은 임상을 통한 경험 차원에 매몰되어 그 이론적 천착을 소홀히 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겨로가 동양철학이 중요한 경험토대를 잃었다면 한의학은 이론근거를 잃어버린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가 한의학 이론의 탐구를 위해서 학제간의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한의학의 이론 문제를 다루려면 첫째는 과학이론 일반이 갖는 특성과 법칙을 적용하여 한의학 이론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둘째는 한의학 이론이 성립 발전하는데 문화적 사상적 배경이 되었던 동양철학을 검토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 두가지 목표는 모두 전통의학 연구자들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광범위한 전망을 바탕으로 진행중인 중국의 <내경다과학연구(內經多科學硏究)>를 바람직한 예로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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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경>과 음양오행, <모순론>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고찰한 박석준 선생님의 글은 비교적 명쾌하다. 한의사이어서 그런지(?) 서술의 납득이 쉬웠던 듯 하고, 한의학 자체에 대해 자기성찰적인 비판은 나 뿐만 아니라 한의학을 하는 이라면 누구나 고민될 법한 내용들이라 공감이 더욱 많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一氣의 운동과 변화를 말하는 음양론과 개별적 기사이의 관계-특히 정형화된 行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오행' ,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논리틀이라고 할 수 있는 음양오행'에 가해질 수 있는 비판에 대해서 설명한다. 즉,
'음양 개념의 추상성 - 상대성과 절대성, 보편성과 특수성 등의 구분을 정확히 하지 못한 점, 사물의 질적 변화를 포함하지 못하는 것, 따라서 모순의 투쟁이 아닌 조화를 강조하여 사물의 정확한 운동을 분석하지 못하는 것 - 과 더불어 오행개념의 주관성 - 특히 비류취상의 문제와 오행운동의 폐쇄성 -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 대해 한의계 내부의 반응은 극히 냉소적이다.'
그리고 위 비판에 연관된, 저자 표현에, 대안이 아닌 단상이라 이름붙인 글은 만족스럽다고 할 순 없지만 일면 수긍되는 구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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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틀거리에 대한 이야기들은 늘 관심거리이기도 하면서, 임상가에로서는 늘 외면되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그 외부적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박석준 선생 말마따나 이에 냉소적이지 않은 이라면 일독해 볼 만 하다.